내 인생의 양탄자 개암 청소년 문학 14
카타리나 모렐로 지음, 안영란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내 인생의 양탄자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들고 다니며 펼쳐 읽을 수 있는 작은 책.

조각조각 이어져 덧대어진 양탄자 조각조각 다양한 인물들이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인양 느껴진다.

표지 그림도 마음에 쏙 드는 책.

"혹시 안젤라 마기 알아요?"

텔레비전에 나온 유명한 누구라는데 마기를 아냐면서 접근한 인물. 친구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야 있겠어? 어차피 호텔은 필요하잖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쉽게 생각하고 그를 따라간 다음날, 배가 고파 식당으로 가는 그들을 데리고 엉뚱하게도 양탄자 가게로 가서는 기막힌 상술에 넘어가 천유로와 가지고 있던 워크맨도 놓고오면서 그들이 들고 나온 건 기도용-낡은- 양탄자! 허허!

대단한 상술이고, 대단한 언변이다.

가게를 나와 찬 바람을 맞고 나서야 자신들이 뭘 했는지 깨닫게 되는 오이겐과 안나.

기 막힌 상황인데 미안하게스리 나는 웃음이 터진다. 

맏형이 놓고 간 낡디 낡은 축구공을 활용해 자신의 보물창고를 채울 줄 아는 영리한 카를로스와 인생의 전부인양 들고 달리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이 사는 마을과 학교의 모습을 한 번 더 그려본다.

하는 일마다 지지리 복도 없는 못난이 호세는 고향을 떠나 카리브해를 건너 쿠바로 간다. 남편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장사에 대한 특유의 감각을 살린 돌로레스를 만나 국가의 시민보호사령관이라는 직책을 얻을만큼 성공한 멋진 인사가 된다.

이민 노동자, 문 밖의 이방인, 남편과 아버지가 죽고 빚더미에 앉아 집을 팔까 고민하다가 남들 다 하는데 너는 왜 일 못하느냐는 점쟁이의 말에 책을 파는 행상을 시작하는데 별 쓸모 없다 여겼던, 아니 생각하지도 못했던 능력들을 살려 전문가가 된 앨비라의 미소.

엉뚱하게 양탄자를 샀던 걸 잊지 말자 하고 다시는 넘어가지 말자 다짐했던 오이겐과 안나. 색깔도 냄새도 압권인 인도에 점차 익숙해져가고 힌두 사원 공화당에서 코끼리의 은혜를 팔고 사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똑 같은 길을 올 때보다 두배로 달라는 말 마차 관광 마부와 흥정을 하기도 상상도 못할 싼 가격에 주겠다는 양탄자 장수를 따라 들어가 차를 몇 잔 마시고, 양탄자 직조법과 다양한 이야기를 화기애애하게 다섯 시간을 이야기 나누고는 결국 양탄자는 사지 않고 나온 이야기.

오이겐과 안나의 친구 오스만의 이야기와 오렌지 파는 집시 여인의 온전히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는 퍽 인상깊었다.

콩고의 무빌란봉고 아이들의 양파 파는 이야기, 터키와 알프스 계곡, 아프리카 단체 여행, 세계 각지의 시장에서 만난 인물들과 그들이 사는 모습의 이야기가 잘 짜여진 예쁜 무늬의 양탄자처럼 이어진다.

늘 비워져 있지 않는 우산꽂이의 우산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예기치 못한 빗속에 서 있을 누군가를 위한 우산 하나.

오이겐과 안나가 배워온 협상의 방법도 방법이지만 이야기의 첫 시작 터키의 에페수스에서 샀던 앙겔라 마기를 팔았던 양탄자 장수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거래,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이 단순히 가보지 못한 세계 시장의 여러 모습에 그치지 않고 오이겐과 안나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받아 온 양탄자의 값어치만큼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물질적인 가치 그 안에 담긴 진정한 가치와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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