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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만난 시와 백과사전 ㅣ 지식 보물창고 4
윤동주 외 지음, 마술연필 엮음, 손호경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자연에서 만난 시와 백과사전
응달진 곳에 아직 녹지 못한 눈이 볼그라미 앉아 바람을 기다리던 날이 바로 엊그제다.
일찍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도 아까워 언 손끝 호호 불며 뛰어놀던 아이들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온 꽃샘 바람이 아쉽지만 봄에게 길을 내어줄 모양이다.
저번 주보다 훨씬 날씨가 많이 풀렸다.
다음 주면 설레는 마음으로 첫 등교를 할 딸아이 얼굴에도 봄바람이 분다.
가랑비야, 풀밭에 나가 놀아라.
바람개비야, 눈이 핑핑 돌도록 놀아라.
꽃향기야, 아이들의 코에서 코로 날아다녀라.
수다쟁이 물총새야, 마음껏 수다를 떨어라.
절로 어깨가 들썩거려지는 시다.
괜시리 마음에 흥겨운 바람이 일어나고 그냥 앉아있던 의자도, 지나쳤던 풀꽃도 더 예쁘게 보아지고 말을 걸게 된다.
그렇게 예쁘게 시인의 마음으로 사물을,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물총새를 봄에 볼 수 있는 줄 몰랐다. 물총새를 여름이 다 되어서야 처음 보는 사람은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그만 봄을 놓쳐 버리고 만 것이라니.
물총새의 학명, 생김새, 울음소리, 사는 곳, 생태적 특징.
시는 마음을 풀어놓고 생각하고 느끼고 감상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백과사전이나 지식을 전수하는 책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글이라 생각했는데 시가 글이, 백과사전적인 지식이 이렇게나 어울리는 것인 줄 미처 몰랐다.
그림이 너무도 예뻐 마음을 채우고 봄을, 자연의 맑은 세상을 보여주는 시가 가슴을 적신다. 시를 읽으며 들뜬 흥겨운 마음을 뿌듯함으로 채우는 백과사전의 글도.
한낮, 해님이 눈을 뜨고 뜨거운 입김이 훅~ 살짝 바람이 딛는 순간 톡 토독 터지는 봉숭아 꽃씨들을 누가 더 멀리 뛰나 내기 한거라 한 표현이 참 예쁘다.
어릴 적에는 봉숭아 꽃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실 칭칭 손가락에 동여매고 밤새 잘 물들까 두근거린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조차도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도 봉숭아 꽃씨들의 멀리뛰기를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봉숭아라 불리는 봉선화에 대한 참한 지식들도.
늘 가까이 있고 우리와 친한 자연인데 많이 살피지 못했음을 다시 깨닫는다. 시인이 시를 쓰고 작가가 자연을 담은 이야기를 담고 생물학자가 자연을 연구한 백과사전을 알려주는 너무도 곱고 예쁜 책. 늘 가까이 두고 보고 싶고 들려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