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은 - 책으로 만든 노래
김경은 노래 / 파고뮤직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책으로 만든 노래 

 

바람마저 기분 좋게 불던 고즈넉한 가을 하늘, 아이들 가고난 시간에 끼고 듣는 책으로 만든 노래. 눈 감고 들으면 노란 은행잎 길이 눈부시게 아름답던 올 가을 풍경이 떠오른다. 그 가을 끝자락을 잡고 남은 몇 닢 떨궈내던 겨울비도 마른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함께 음률이 된다.

며칠을 두고 촐촐히 내리는 비가 마음을 적시더니 잠시 난 햇빛을 시샘하고 다시 먹구름이 낮게 내려앉았다.

청소기를 벽에 젖혀두고 밀던 걸레도 놓아두고 읽고싶었던 책을 쌓아놓은 책상에 살그머니 다가앉았다.

처음에는 몰랐다. 책으로 만든 노래 음반의 표지 디자인이 이 쌓아놓은 책들이 빚어낸 예술인 것을. 막연히 서가를 떠올렸었는데 많이 읽은 손때 묻은 책 옆면에서 펼치면 더 진하게 흘러나올 그리운, 머금은 먼지마저 반갑게 느껴질 종이 냄새가 느껴진다. 오래 두고 더 읽고싶었던.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4:25

우리말을 가장 아름답게 다듬어 썼다던 김영랑 시인의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첫 곡이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차다. 젊은 시절의 열정이 꿈을 향해 좇는 길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를 향한 마음을 하얀색 순수의 마음이라 했던 시인의 말처럼 보드레한 실비단 하늘가를 향하는, 쉬임없이 흐르는 부드러운 구름 같기도 하다.

나의 엄마 1:00

기타 한 대로 그 느낌을 채우는 나의 엄마.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여운을 채 감추지 못하고 이어지는 곡 엄마를 부탁해가 연달아 나온다.

엄마를 부탁해 5:04

너무 당연한 사람이었던, 나무 같은 한 사람이었던, 항상 곁에 있는 줄 알고서 철없이 받는 것 밖에 몰랐던 내게 변함없이 사랑을 부어주는 그녀. 사랑한다는 그 말 한 마디 건네주기가 왜 그리 인색했는지 창 밖 빗방울에 물어본다. 들으며 함께 읽어보고싶은 책이 되어버린 엄마를 부탁해. 또 다른 느낌으로 다시 찾아올 것 같다.

바둑이송 1:17

한복을 혹은 양장 치마를 입고, 혹은 동생을 등에 업고 따라왔던 소풍지. 흔들흔들 의자와 초록색 페인팅 둘이 앉는 책상 위. 가슴에 손수건 달고 앉아 철수와 영희, 바둑이랑 같이 놀았던 국민학교 1학년. 그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바둑이 송. 그런데 이 곡은 마냥 경쾌하지만은 않다. 뜻밖의 복날 풍경에 잠시 놀라 눈이 커졌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3:58

옆으로 삐쭉 땋은 머리 뻗치고 특유의 롱스타킹, 주근깨의 천하장사 소녀 삐삐.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좋은 친구. 내 맘대로 그대의 뜻대로 펼쳐지는 이 세상의 주인이 되세요. 놀러오세요. 뒤죽박죽 삐삐의 별장. 이렇게 초대하는 삐삐 롱스타킹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의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으며 함께 했던 그 어린 시절의 웃음을 되돌려준다.

그건 사랑이었네 4:23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꼭 한 번 읽어보고싶게 만드는 책. 아니 그렇게 만드는 노래. 결코 맺을 수 없는 사랑이라 해도 꿈이라 해도 세상 끝까지 사랑하리라는 고백이 이 노래에, 그리고 한비야님의 책에 더 애절한 마음을 담게 만든다.

더 듣고싶고 더 알고싶고 더 함께 하고싶은 책과 음악이 담긴 한 장의 앨범. 리터팝의 미니 앨범이라는 이 한 장의 음반이 앞으로 더 성장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게 될 북밴의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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