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더가 우는 밤 - 제1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선자은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펜더가 우는 밤

 

좀 오래된 기타지만, 소리 좋습니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고요.

손으로 직접 그린 무늬가 들어가 있는 주문 제작 기타니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기타예요.

자잘한 흠집도 없어서 거의 새거나 다름없고요.

육 년 전에 누가 쓰던 건데, 제가 가끔 쳤을 뿐입니다.

백만 원에 사실 분 연락주십시오.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탄탄한 스토리며 물고 이어지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만들어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 책이다.

아빠가 자살한 뒤 친했던 4총사 친구들마저 떠나보내고 스스로 세상을 왕따시키는 딸을 걱정하던 엄마는 곳곳에 아빠의 손길이 깃든 집을 내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 하나 없던 아빠처럼 살지 말라며 기타도 치지 말라고. 엄마의 소리죽인 눈물을 알기에 그러마고 기타를 중고시장에 내어놓는다.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모르지만 소중한 것이니 백만 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하고. 아무에게나 넘겨주면 안될 것 같아 새주인을 골라내던 참에 어리버리하면서도 다급한 목소리의 아저씨에게 전화를 받는다.

기타를 보고 찾아온 수상한 남자. 인간도 귀신도 아닌 시왕청 소속 명부특별감사 370이래나 뭐래나. 거참!

아빠의 죽음이 자살로 믿기지 않는다며 다시 수사하겠다고 아빠의 기타 펜더를 중심으로 아빠의 숨겨진 밴드 친구들을 모은다. 밤이 되면 찾아오고 아침이 되면 떠나가는 이상한 인물들, 뚱과 존.

흘러간 옛노래를 줄기차게 불러대는 신유와 뒷집 아저씨도 수상하고 꽝꽝꽝 울려대는 무당 이웃님도 수상하다. 무당이면서도 재개발 되어 집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은조와 거래를 하는 것도 배고픈 밤 밤참처럼 재미나고, 읽을수록 커져가는 의혹과 궁금증은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나타나지 않는 옛 가수 황남희씨와 직원들 많은 부동산에서도 굽신거리는 조그만 행복 부동산 사장 할아버지도 예사 인물 같지 않다. 서서히 밝혀지는 아빠의 죽음과 얽히고 설킨 인연들과 연주하지 못했던 아빠의 자작곡의 의미가 읽는 재미에 감동을 보태 마지막 장 넘기는 순간까지 숨을 삼키며 읽게 만들었다.

열일곱 살 은조와 수상쩍은 아저씨들이 만드는 한밤중의 판타스틱 하모니!

글로 읽었지만 마음으로는 소리가 들려온다.

톡특하면서도 재미있고,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고,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적이다.

꽤 재미있는 성장소설을 읽었다. 만족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