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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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소년들

 

범상치 않은 작가의 책이다. 컬투쇼 담당 PD의 글이라는 요소가 처음엔 호기심을 자극했고 읽어왔던 책들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의 충격을 주었던 카시오페아 공주를 읽고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느낌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 소문들, 압구정 소년들로 그를 만났다.

분명 허구, 팩션이라는 장르상의 특징을 알고 읽는 것이지만 저자의 이력과 나란히 내어놓고 읽었을 때 그가 경험한 일들이나 들었던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그만의 독특함을 물씬 풍기는 스타일의 소설을 만들어내었으리라 생각 되었다.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스쳐지나간 바람처럼 스러져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 작년보다 올해가 그리고 내년에 또 새로운 아이돌 스타들이 나타나고 우리 막내조차도 알고 있지만 정작 나는 따라잡지 못하는 스타들이 속속 나타난다. 작품 속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을지도 모를 인물, 연희. 사람들 귓가를 따라다닐 히트곡도 있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섹시미와 멋진 배경과 재력을 지닌 남편을 지녔건만 왜 죽었을까. 과연 그녀의 죽음은 정말 자살일까, 아님 타살일까. 때맞춰 불거진 튀어나온 조각같은 불화설과 이혼설. 평소 분홍색을 좋아했다던 그녀는 분홍색 도자기에 담겨 한 줌의 재로 돌아갔는데 그녀의 죽음 앞에서 기억 속 추억을 더듬어 맞물려 돌아가는 느리면서도 고장난 시계 태엽처럼 압구정 키즈들의 이야기가 쏟아져나온다.

어쩌면 지금 내 삶의 방식도 콤플렉스 때문 아닐까? 내 안에 꽁꽁 숨겨져 있는.
연희의 죽음 때문에 예전 일을 돌아보니 알겠다. 박대웅이라는 존재가 나에게는 콤플렉스의 시작이었다. 공부도, 운동도, 심지어는 첫사랑마저도 밀렸다. 그러면서 아예 그 녀석하고는 승부조차 할 필요 없는 정반대의 삶을 택했다. 성공을 위한 인생, 쟁취를 위한 인생 반대편에 있는 삶. 서른여섯 살의 나는 지독히도 개인적인 녀석이 되어버렸다. 도시의 불빛 속에 숨어 사는 방관자.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과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방관자로서가 아니라 당당한 자신으로 돌아오기 위해 더 연희의 죽음을 파고들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거와 현재, 엇갈린 운명과 삶의 수레바퀴 속에 던져진 반전. 단순한 스릴러나 미스테리물이라고 하기에는 소재나 이야기의 특성이 더 심오하고 독특하다.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아직 혼란스럽고 난감한 소설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재익만의 특별함에 빠진 이들은 분명 다시 그의 글을 찾아 읽을 것이다.

압구정 키드 7명의 이야기와 우리 엔터테인먼트 문화와 어우러지고 연희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호기심이 글의 재미를 더욱 부추기는 책. 정말 충격적인 반전에 또 한 번 묘미를 맛보게 하는 책.

궁금하다면 직접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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