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쉼표를 찍다 -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명랑 가족 시트콤
송성영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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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촌놈, 쉼표를 찍다

 

보통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라도 도시로 나오려고 하는데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촌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살기로 결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아 보인다. 그것도 전원주택에 넓은 땅을 사들인 것도 아니고 따로 땅주인이 있는비어있는 빈 농가를 싼 값에 사들여 살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논 한 평, 밭뙈기 하나도 가지지 못 했는데 옛날 방식으로 직접 손으로 흙을 일구며 산다니.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몰라, 응 단순한 답만 탁구공처럼 튀는 인상이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그들의 모습을 담은 홈 비디오처럼 투명한 글들이 도시의 삶에 익숙한 내게 숲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처럼 속을 시원하게 한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맞고 오면 얼마나 속이 상할지 아이 가진 부모라면 다 알리라. 매일 맞고 오는 아이를 보다 못해 맞서는 법까지 일러주었건만 저는 맞고 올지라도 다른 친구가 맞으면 아프지 않겠느냐고 때리지 않겠다는 그 집 아이 인상이의 삶이 맨손으로 흙을 고르고 부글부글 거름으로 몇 년을 공들인 거친 땅을 기름진 땅으로 바꿔놓으면 어느새 땅주인이 나타나 땅을 챙겨가 버리는데도 다시 또 다른 땅에 사랑의 땀을 쏟는 그들의 모습이 꼭 닮았다.

그야말로 유기농, 기른 채소로 지인들에게 알음알음으로 소개받은 이들에게 나누는 일도 십 만원, 이십 만원의 생활비만을 위한 것으로는 아니 보인다. 아직도 풀을 먹여 햇빛에 말린 옷을 자식들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다듬이질 소리처럼 이제는 은은한 향수로만 남는 그 생활이 책 속에 고스란히 풀꽃 냄새 머금고 내게 다가왔다. 그의 아내가 직접 그린 야생화와 풀꽃도 책 속에 소개가 되어 있는데 흑백이 아니라 연한 색이라도 그 색을 그대로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싶다. 인상이, 인효의 해맑은 웃음이 오래도록 환하게 세상을 비추었으면 좋겠다. 시멘트로 길을 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민물고기와 행정도시로 간택되어 본의 아니게 몸값이 뛰어 투기꾼들에게 온 몸을 내어주는 산과 들이 안타깝다. 말 한 마디 제대로 소통도 되지 않으면서 먼 길을 와서 그들을 만난 프랑스 여기자와 아들의 인연이 내 일처럼 반갑고 그들의 삶의 소통 방식이 어떻게 살아야 진정 잘 사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 가족이 찍어놓은 쉼표 속에 고른 숨을 내어쉬며 내 삶의 무게도 잠시 쉬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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