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편식할 거야 정이처럼 잘 먹는 아이들을 둔 엄마들은 참 좋겠다. 날마다 밥상머리에서 아이를 붙잡고 언성 높이며 씨름 할 일도 없고, 환절기면 환절기, 동네 유행한다 하는 온갖 잔병치레를 겪어야 하는 일도 적을테니. 무엇을 만들어 먹여야 아이가 좋아하고 더 잘 먹고 잘 클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테니. 같은 형제인데도 정이와 정이 오빠 혁이는 먹성이 다르다. 정이는 닭발과 닭발 조림한 국물까지 비벼서 싹싹 먹을 정도로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반면 오빠 혁이는 입이 짧아 고기 장조림이 아니면 입도 잘 안 벌리는 아이라니. 엄마 입장에서는 아무 거나 잘 먹는 정이보다 잘 안 먹어 비슬비슬하는 혁이에게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정이는 고기 장조림에 메추리 알까지 엄마의 사랑이라 생각하고 쓰디 쓴 녹용도 용처럼 불을 뿜는 기운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며 입맛을 다신다. 자기도 편식하면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편식하기로 마음을 먹지만...... 정이 입장에서 쓰여진 이 글은 정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정이의 천진난만하고 순진한 글이 어찌나 재미있고 웃긴지 절로 정이 모습을 머릿 속에 그려졌다. 딱 일곱 살 여덟 살 막 읽기 독립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적당한 글밥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정서에 딱 맞는 책. 무척 공감이 가고 재미있어 할 책이다. 엄마의 눈으로 보아도 늘 신경 쓰이고 챙기게 되는 혁이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정이의 마음까지 헤아리게 되는 책. 집에서도 교실에서도, 장조림이며 급식이며 용 사건까지 정이의 엉뚱발랄한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웃고 즐거워했던 책. 마지막 작가 언니의 이야기까지 정이의 목소리에 이어져 생생하게 들려온다. 정이의 유쾌한 편식 투쟁기, 우리 아이들의 밥상을 웃음소리로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