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탄 할머니 이야기 보물창고 21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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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탄 할머니




아이들 목소리를 듣고싶어 전화를 한 할아버지에게 아이들은 텔레비전 만화를 본다고 밥 숟가락을 들고 앉아 있다고 저희들끼리 장난친다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기보다 저희들 이야기를 들려주기 바쁘다.

화장실이 바깥에 있어 밤에 가기 무섭고, 논두렁 밭두렁의 거름 냄새가 고약하다고 하면서도 시골 할아버지댁에가면 아래층 층간 소음 걱정 없이 실컷 뛰어놀 수도 있고 플라스틱 블록이 없어도 밭에 있는 고구마 순이며 풀 숲에 숨은 방아깨비며 토실토실 살 오른 강아지며 이름 모를 들꽃이며 흔한 한삼덩쿨이며 발부리에 채이는 돌덩까지 아이들의 놀이 친구가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거기다 호랑이를 탄 할머니처럼 옛이야기 들려주기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계시다면 우와~ 정말 놀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무슨무슨 랜드보다 아니 그런 놀이공원들이 줄 수 없는 그 특별함이 있는 곳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이다.

태어나던 날 눈이 내린 것을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할머니, 엄마 젖과는 다른 뻣뻣하고 찝찝한 노리개 젖꼭지를 기억하는 나는 공통점이 많다.

치맛 자락 속에 이야기를 숨겨놓은 할머니와 마음 속에 이야기 주머니를 담고 있는 나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옛 이야기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우리 아이들 마음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마흔 다섯 늦둥이 돌쟁이 복동이를 업고 가난한 시절 제대로 먹이지 못한 딸에 대한 안타까움을 첫 아이를 낳은 첫째딸에게 지어줄 쌀 두 말을 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걸어야 할 백 리 길을 가는데 난데 없이 나타난 버스를 타고 버스비 대신 먹다 남은 보리개떡 하나를 내어주고 가는데 배고픈 호랑이가 나타나 한 사람을 먹이로 내놓아야 한다는데 살고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신발 한 짝씩을 호랑이 앞에 내어놓고 호랑이 밥이 될 사람을 고르라 하는데.

어찌보면 뒤죽박죽 이야기인데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재미를 부추긴다.

가끔 오락가락 한다는 노할머니의 이야기를 이어 자신만의 또다른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주인공을 보며 이들을 따라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할머니의 이야기 덕에 작가가 되었을거라는 이금이 작가, 이금이 작가의 이야기 덕에 또 다른 우리 아이들도 작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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