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울음 그치는 약 ㅣ 걸음동무 그림책 7
데이비 팔로마 글, 메르세 아라네가 그림, 이한경 옮김 / 해솔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울음 그치는 약
딱 보자마자 바로 네 약이로구나 하고 안겨준 책이다.
떼쟁이 막내에게.
근래 책에 부쩍 재미를 붙여 자라고 하면-물론 자기 싫어 더 그러기도 하지만-한 권만 더 한 권만 더 하며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하는데
몇 권 더 읽어주다 이제 그만 자자고 큰소리를 내면 몇 권 더 엄마 옆에다 집어던지고 가는 녀석이다.
웃을 때 부드럽게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망울이 어찌나 예쁜지-어쩔 도리 없는 도치엄마- 그 눈웃음에 넘어가곤 했더니
제가 원하는 건 대부분-혹시 전부라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두렵다- 들어줄 거라 생각해서인지 왕고집이 따로 없다.
마트를 가면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처럼 과자나 장난감 코너 옆을 지날 때면-일부러 피해 가건만 상술은 정말 대단하다-
저거, 저거에서 시작해서 발 동동 구르기, 큰 소리로 울기,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기 등 각종 전술을 펼친다.
남 부끄러워 입을 막고 덜렁 안아들고 나와 눈흘김으로 맞장 뜨며 협박과 타협과 애걸과 꾸지람과 각종 전술로 맞선다.
막내의 전술 중엔 늘 큰 소리로 울기가 들어가는데 엄마가 제일 민감해 하는 부분이라는 걸 아는 노련한 장수라 일부러 그럴 때가 대부분이다.
이 책 울음그치는 약에 나오는 아이 바다는 아무 이유도 없이 울기부터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도 통하는데 색연필이 없다고 울고, 엄마가 없다고 울고, 울음이 자주 반복되면서 엄마 아빠는 당황해하고 급기야 병원에까지 데려가는데 의사 선생님의 기막힌 처방은.......
자주 우는 바다를 보면서 저 우는 건 떠올리지 못하는 녀석에게 제가 원하는 게 있거나 원하는 걸 얻는 데 틀어지거나 할 때 자주 우는 걸 일러줬더니 저는 아니란다.
머리통은 자그마한데 그래도 그게 인정하기는 싫은 모양이다.
바다를 보면서 툭하면 우는 것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더불어 그때의 엄마의 감정도 희미하게나마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같이 들여다보며 읽으면서 바다의 감정에 대해 질문하고 이야기 나누며 아이 역시 바다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도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냥 당황스럽고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여러 가지 복잡했던 감정들이 엄마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도 한 걸음 더 다가가볼 수 있었고
그래서 벌컥 화부터 내기보다 일단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스스로 느끼고 생각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겠다 생각했다.
처음엔 딱 네게 필요한 책이다 하고 들려주고 읽어준 책인데 엄마 아빠의 관심과 사랑만 있으면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고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걸 엄마에게도 깨우쳐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