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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부탁해 ㅣ 노란상상 그림책 2
제레미 브룩스 지음, 김경연 옮김, 주드 데일리 그림 / 노란상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평화를 부탁해
휴전.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우리는 휴전을 종전이라 착각하며 살고 있다.
가끔 우리나라 연안 바다에서 강제로 납치되어 북송되어 갔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그 꿈은 깨어져 조각난 거울처럼 우리를 들여다본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빌면서도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서 직접 겪었을 뿐 우리는 전해 들은 것이 다여서 그 참담함을 비통함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전이 된 것이 아니라 휴전 중임을,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 국가라는 뼈아픈 사실을 결코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어쩌면 이 책 속 그림처럼 예쁘고 평화로운 풍경을 너무나 간절하게 바래야 하는 이도 우리가 아닐까, 책 속 전쟁 중인 혹은 바로 겪었던 아이들의 간곡한 소망을 비는 기도가 바로 우리의 기도이어야 하지 않을까.
쉬 찾아오는 졸음처럼 게으름처럼 놓아버리고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각양 각색의 민화나 전세계 아이들의 기도는 각기 다른 언어로 이야기 하겠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풍경은 너무나 닮았다.
세상이 평화로우면 나라가 평화롭고.... 나라가, 도시가, 이웃이, 가정이 그리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 노자의 사상은 국적과 시대를 뛰어넘는 진리였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온 세상 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뉴스, 평화가 왔다는 뉴스가 왔다면 좋겠다는 여덟 살의 이스라엘 아이의 기도가 북 아일랜드 아이의 기도가 하나된 목소리로 촉촉이 가슴을 적셔온다.
세계는 우리 부모님들이 물려주신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서 빌린 것이라는 아프리카에서 전해오는 기도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맞는 말인데 왜 우리들은 지나치게 착각하고 있었던지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총을 앞세우고 탱크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평화를 구하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도 인도 자이나교 승려 사티시 쿠마르의 기도도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의 기도도, 보스니아 내전을 겪는 아이의 기도도 모두가 한 목소리로 경건하게 빌고 또 빈다.
단지 그림이 예쁜 그림책이라고 하기에는 더 없이 소중한 의미를 담은 큰 책.
아이들 대상의 그림책이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