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탐나는 캠핑 3
허영만.송철웅 지음 / 가디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계속 웃음이 난다. 험한 풍랑을 만나 아찔한 순간을 넘기고 8천미터 산을 화장실 드나들듯 하던 대장님도 멀미는 피해갈 수 없고 대원들이 내내 고무보트를 타고 떡밥을 던져주는 생고생을 하는 여행인데도 이 여행기 정말 어쩔 수 없이 웃기고 재미있다.

읽다가 깔깔깔 웃다가 주위 시선(사람 많은 데서 읽었음)을 느끼고 정숙 모드로 책에 몰입했건만 또 얼마 안 있어 키득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푸하하 하고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따가운 시선 아닌 시선을 받았다.

꽤 나이 드신 분들인데 하하하 남자들의 로망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에서인지 행복감에서인지 그들의 마음과 행동은 완전 천진난만한 소년 같다.

배를 타고 바다의 백두대간을 휩쓸다... 그것도 산쟁이들에게.

어찌 보면 뜻밖의 제안인데도 그들의 여행 과정을 보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의 로망인 요트. 눈부신 햇살 아래 미녀와 와인 잔을 기울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는 여유. 그러나 현실은 오마이 갓!

항해경로가 제일 먼저 한 눈에 들어오고 생고생 열정을 허영만 화백님의 그림으로 한 컷 한 컷 먼저 보았다.

읽으면서 그 장면이 다시 그대로 눈에 들어올 땐 느낌이 또 달랐다.

그렇지. 요트 하면 아름다운 미녀와 그윽한 와인, 눈부신 태양과 푸른 그림 같은 바다를 떠올리는데 그들도 그런 걸 상상했었건만 정말 현실은 푸훗! 또 다른 그림으로 끝내줬다.

대한민국 해경의 엄숙한 교신 요구에 배의 이름을 대는데... 집단가출호라니. 푸하하..

정말 그 이름을 듣는 순간 해경들의 얼굴 표정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경기도 전곡항을 출발해서 굴업도에 도착. 그곳 이장님의 끝내주는 물텀벙 백숙과 바다, 가물거리는 덕적도의 불빛 그리고 달...

그걸 방해한다고 가로등이라고 이야기하자 선문답처럼 그러죠 하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한 대원의 장난으로 여관에서 못 자고 밖에서 자서 극성스러운 모기들이 공격해 얼굴이 퉁퉁 부어 심각한 상태로 병원을 찾았는데 그걸 믿지 못하는 의사 이야기에 또 한 번 푸하하!

숭고한 헌혈의 밤을 지내고 무인도에 세 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 하는 질문에 답을 택한 집단가출호의 대원들.

첫째, 모기장.

둘째, 모기약.

셋째, 모기향.

마치 적과의 동침처럼 식인 상어가 가까이 있는 줄도 모르고 아이마냥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친 일,

온 몸을 무장했건만 잠시 볼일 보는 사이 침투한 모기의 엉덩이를 물려 수십 마리 벌에 쏘인 것처럼 부어올랐다니!

완전 자연산을 신기의 솜씨로 회를 떠서 먹었다는 이야기에 침을 스윽 닦았다.

어청도에서 마을 주민들과 음악회를 가진 일, 마라도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은 일, 치키치키차카차카초 손오공 그림을 그려주며 허화백님임을 밝혀주고 일일 강연을 한 일, 그리고 그 아이들이 직접 딴 귤을 한 봉지 건네준 일, 구리빛 건장한 몸의 선텐 누드 사진을 보고 손가락 벌려 얼굴 가리며 보기도 하고, 치과의사 송선생님의 무시무시한 치료와 생선 다루는 법도 인상적이고, 전국팔도 친구들의 접대...

아, 배낭 여행 가는 이들도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우연히 만나 마음을 트고 친구가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망망 대해 바다에서는 누구를 만날 일이 참 없을 것 같은데 인연이란.... 다른 배를 탄 이들을 만나 게임을 하기도 하고 선물을 교환하기도 하는 그들의 인연에 괜시리 내가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정말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 그들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옆의 사람들도 인식하지 못하고 웃으며 읽은 책이다.

그들의 열정이 낭만이 도전이 모험에 나까지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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