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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 후에
내가 읽어본 기욤 뮈소의 책은 비슷한 느낌과 구조인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과 주제를 지녔다.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하게 닮아있으면서도 그 특별함이 각기 빛나듯.
죽음보다 강한 사랑, 바닷물도 끄지 못한 사랑, 강물도 잡기 못한 사랑의 불길이 번져나가는 그 후에...
약지에 낀 결혼반지 안쪽에 새겨진 구약성서의 아가서 구절.
강렬한 인상의 표지 위에서 제일 먼저 발견한 구절이 이 책 한 권을 읽는 내내 가슴을 타고 흘렀다.
최고의 반전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멋진 문구에 가슴이 먼저 뛰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호숫가에서 백조를 만지려다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진 어린 여자친구를 구하려던 소년이 여자 친구를 구해내고 막상 자신의 차례가 되자 힘이 빠져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맨해튼 12월 9일 네이선 델 아미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이전에 마치 점쟁이의 예고처럼 유명인들의 명언이 한 구절씩 펼쳐지는데 읽고 다시 돌아가 생각해보면 그 구절이 참 멋지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역시 기욤 뮈소의 책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리라.
두뇌와 자신감, 재력을 겸비한 사람. 젊은 나이에 업계에서 손꼽히는 레인메이커는 유산이나 주식투자 등의 혈연 지연의 행운이 아니라 오로지 일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아 이룬 성공이다.
그 성공 이면을 들여자보자면 별로 유복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 가정부로 일하는 주인집의 딸 말로리와 사랑에 빠져 절대로 갈라놓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랑으로 결혼했지만 신분과 경제적인 차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부모는 그 결혼을 쉽게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말로리 생각을 하면 늘 가슴이 아련히 아파왔다.
그날도 그랬는데 애슐리 조던 변호사의 친구라는 가렛 굿리치 의사의 예고 없는 전화와 방문은 과히 유쾌하지만은 않는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불길한 죽음의 그림자, 전혀 알지 못하던 이였는데 그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고 한다.
도대체 왜일까. 네이선만큼이나 궁금했다.
삶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 굿리치의 메시지는 경이로움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느끼게 했다.
의문스러운 그를 따라가 만난 인물들에게서 본 죽음의 그림자.
그리고 동시에 말로리와의 이혼과 딸 보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앞만 보고 달려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걸 성찰하게 하는 시간이 교차되고 마치 퍼즐의 조각그림 맞추기처럼 이야기를 꿰맞추는 즐거움이 뒤에 이어질 호기심과 엮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반전!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 호숫가에서 보았던 어둠과 빛, 죽음의 순간에서 선택한 네이선의 선택과 굿리치의 등장과 네이선에게 부여된 새로운 임무는 놀라움을 넘어서 죽음이 내게는 닥치지 않을 것처럼 현재의 삶을 살아가기에 급급한 이들에게 정말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숨을 고르며 생각하게 한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 바닷물도 끄지 못한 사랑, 강물도 잡기 못한 사랑의 불길이 번져나가는 그 후에...
따스하고 강렬한 감동이 책 속에서 저자가 보여주고 들려주려 하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내 마음 속을 환한 빛이 되어 밝힌다.
아! 역시 기욤 뮈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