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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을 처음 읽었던 건 아주 오래 전이다.
짧은 몇 장 안 되는 글이었지만 큰 감동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지금까지 진한 향기를 남기고 있었다.
섣달 그믐 날 밤 그 우동 한 그릇. 가난한 이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의 나눔은 진정한 나눔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그 우동 한 그릇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싶어 예쁘고 자그마한 북타임의 우동 한 그릇을 다시 펼쳤다.
읽은지 오래되어 큰 줄기만 남아 있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솟으며 구절 하나 하나 마음에 아로새기듯 읽었다.
점점 자라면서 몸집이 커 가는 아이들, 변함 없이 체크무니 반코트의 낡은 옷을 입은 엄마.
우동 한 그릇을 주문했지만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곱빼기로 담아 주는 주인의 마음.
한 그릇 주문한 그들이지만 와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깍듯이 하는 주인 내외.
물가가 오르고 낡은 테이블을 바꾸는 시기가 와도 해마다 밤 열 시 이후면 다시 예전 가격으로의 메뉴판을 돌리고 낡은 테이블의 2번 예약석은 끝까지 바꾸지 않고 그들을 기다린 주인 내외.
그 2번 예약석의 이야기가 점점 퍼지고, 훗날 외과 의사가 되었다는 아들을 데리고 온 엄마와 두 아들의 우동 한 그릇 이야기는 아... 정말이지 눈물 한 방울 감추지 않고는 그냥 읽을 수 없었다.
우동 한 그릇 속에 담긴 사랑과 배려, 용기와 희망은 우리들 살아가는 세상이 이래서 따뜻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어 나오는 마흔 넘은 늦둥이로 어렵사리 얻은 아들을 졸음 운전으로 잃고 나서 귀신 경찰이라는 오해를 사고도 끝까지 교통 안전 지도를 준수하며 마음의 마을로 안전한 마을로 지켜낸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부치지 않은 편지에서는 등산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멋진 명언과 함께 아이에 대한 사랑, 먼저 떠나간 아내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담겨있기도 했다.
짤막한 이야기들이 모두 제각각의 색깔로 말을 건네오는데 어쩜 그리도 예쁘고 감동적인지 모른다.
표지만큼이나 예쁜 이야기들이 각박한 우리 현실이 더 아름다울 수 있도록 멀리 퍼져가는 향기가 되어 사람들의 눈에 입에 마음 속으로 퍼져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