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
김시민 지음, 이상열 그림 / 리잼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도 아이의 마음이 된다.

세상만사 그 어떤 것도 나의 웃음을 막을 수 없노라, 마구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터뜨리고 마는 아이처럼,

세상천지 그 어떤 것도 나의 고민이 될 수 없노라, 별 걱정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빠르다고도 생각지 못하는 아이마냥.

소설가들을 천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시인들은 아이의 마음을 지닌 천재인가보다.

똑 같은 걸 보아도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똑 같은 걸 들어도 미처 새기지 못한 것을 들려준다.

보고 듣고 느낀 것 그대로 리듬이라는 기차에 실어 규칙적으로 울리는 기적소리처럼 시를 읽는 우리에게 배달한다.

일기장을 펴는데 나보다 먼저 후다닥 뛰어와 할 일들을 쏟아놓고 가는 후다닥 시는 우리 아이 마음에도 그래, 정말 그래 하고 공감을 하게 한다.

그래서 더 정답고 재미나는지 보고 읊어보고 재미있다며 깔깔댄다.

우리 밥상 위에 오르는 한 톨의 쌀도 한 가지의 나물도 귀하디 귀한 대접을 시에서는 받고 있었다.

날마다 미역국을 먹고 사는 바다를 우리는 왜 한 번도 그런 발상을 떠올리지 못했나 무릎을 치기도 했다.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고, 정말 그랬는데 하고 함께 끄덕이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종이 위에 쓰고픈 아이의 솔직하고 순수한 마음을 그려낸 반장 선거나

이보다 눈물이 먼저 쏙 빠져나왔다는 예쁘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우리 어른들은 이렇는데 아이들은 이렇구나 하는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도 한다.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다 일상 생활 속의 일들이요 느끼는 감정들인데 그동안 이렇게 놓아버리고 삭막하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처럼 순수했던 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후다닥처럼 세월에 쫓겨 나이만큼의 무게를 달고 후다닥 달아나는 삶을 살아왔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 한 편 한 편 수작 아닌 것이 없다. 곁들인 삽화도 시에 어울리게 한 판 멋드러진다.

곱게 곱게 입안 가득 시가 퍼져 읽는 즐거움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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