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하는 아이 아이들과 미술 놀이를 할 때에도 늘 그런 스스로에 대한 선입견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림을 잘 못 그리니까 그런덴 재주가 없으니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별로 없어. 그냥 지켜보는 것밖에는. 아이의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든가 아이의 그림을 통해 마음 속을 읽을 수 있는 재주 같은 건 애초부터 없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아이의 그림 그리기 숙제도 아이가 끙끙 대면 어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주기보다 천천히 하자, 잘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격려만 열심히 했었다. 이 책은 이런 내게 좋은 미술 교사를 가정교사로 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한 가지 색만 사용해서, 같은 소재의 그림만 그려대서 걱정하는 이들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있고, 스스로 창의력이 부족해 아이들과의 미술놀이에서 창의성을 끌어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다. 아이들의 상상이 즐거울 수 있도록 이끌고, 사물을 보아도 한쪽 방향에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그림 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있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그림 속에서 우리 아이는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데 그런 점이 있었구나 스스로 방향을 찾으며 읽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아이의 그림을 갖다 대고 맞춰서 읽는 경향도 생긴다. 어찌 보았든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그저 잘했다로만 통했던 일방통행이 다시 아이의 그림을 들여다보며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하고 그 속에서 생각을 끄집어내는 쌍방향 소통이 된 점이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이득이다. 4세에서 6세, 7세에서 9세 두 부분으로 나누어 각 연령별 아이를 지도할 때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나누어 싣고 있는 점도 좋았다. 아이가 검정색이나 어두운 색을 많이 칠하거나 몇 안되는 색깔만을 굳이 고집하며 그릴 때에는 걱정이 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아이가 어떤 스트렛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할 때도 있었는데 미술심리치료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의 경우 어두운 색이 문제시 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경우 전체를 통틀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미술 전문가 못지 않은 견해를 얻게 되었다거나 그림을 보고 척척 이야기할 정도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작은 것에도 미리 걱정하고 확대해석하던 것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사물을 대할 때에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끄집어내려 노력한다는 점도 변화라면 변화라 할 수 있겠다. 그림에 소질이 없어 아이의 그림 지도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더 권하고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