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나무 한 그루를 가지고 있다. - 책 7쪽에서- 어쩜... 아이들과 같이 본 책 한 권이 주는 감동이 너무나 커 가슴이 벅차오른다. 장면을 그대로 묘사한 넉넉한 수채화 그림도 아름답지만 그림 위 아래 몇 줄 없는 글이 그림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정말 환상적이다. 식물원에서 사람과 나무의 관계를 30년째 연구해 온 박사가 늘 나무 곁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한 소녀를 보게 된다. 오늘도 이 아인가 싶은 어느 날, 소녀가 꽃을 뿌리째 뽑았다. 할아버지 생신 선물로 드리고싶었다는 소녀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건네준다. 해묵은 그루터기에서 새 생명이 나오는 거룩한 모습-움돋이-를 설명해주고, 천사의 날개처럼 생긴 400살 먹은 아카시아와 3천 3백만년 전의 나무 화석을 보여준다. 씨앗을 심은지 8일째 에메랄드 빛 싹이 트고, 떡잎이 나오고, 자랐다. 시에라는 날마다 식물원에 와서 호랑가시나무에 왜 가시가 있는지를 묻고, 식물원의 갖가지 채소와 칡, 너도밤나무의 돌연변이를 보았다. 그렇게 시에라는 식물원의 가족이 되어 갔는데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시에라가 일본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왔다. 언젠가 다시 꼭 만날 것 같은데 그래도 시에라의 마음에 서운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내 마음도 꼭 그렇게 서운했다. 중국의 양산 벽오동 나무를 식물원을 찾은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날, 벽오동 씨앗이 여름 끝날 즈음 작은 배 모양의 열매 껍질을 타고 여기저기로 날아가는 것처럼 시에라는 눈으로 안녕을 고하고 떠나갔다. 그리고 시에라가 떠나간 가을 식물학자는 시에라가 남기고 간 알록달록한 봄꽃 여름꽃을 걸어둔다. 표현 하나 하나 마음을 울리고 그림 한 장 한 장 가슴 속을 파고든다. 거기다 호랑가시나무의 신기한 습성이며 벽오동 나무에 관한 이야기며 알지 못했던 식물들과 식물화석 이야기를 읽는 것도 즐거웠다. 누구나 가슴 속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산다는 그 멋진 이야기를 꼭 기억하고싶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며 아이들의 마음 속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심어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