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반새 청호반새... 작품을 읽고나면 늘 보아오던 같은 것이라도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 된다. 마치 어린왕자의 길들여진 여우와 장미꽃처럼. 파랑새라 불리는 청호반새. 자주 보았던 까치나 참새에 비해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좀 더 친숙한 느낌이 든다. 한 해 휴학을 해서 다른 아이들보다 한 살 많은 학년을 다니는 산골소년 영덕이. 도시 어른들의 잣대로 보면 할 일 없이 빈둥거리고 메뚜기는 우리 인간을 어떻게 생각할까 엉뚱한 상상이나 하는 아이다. 매일 공부도 숙제도 안 해가는 공부와는 영 거리가 먼 녀석. 하지만 음악선생님은 안다. 이 아이가 정말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 내면의 영특함을 드러내지 못할 뿐이라는 것을. 어머니의 재혼으로 시골 외할머니댁에 내려온 순아. 영덕이를 보고 매사 간섭하고 괴롭히는데 사춘기 소녀의 독특한 애정의 표현방식이라는 걸 영덕이는 몰랐다. 작품 속에 그려진 것과 달리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말 몰랐을까?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여우, 구미호같은 순아의 괴롭힘이 날마다 계속되자 응딕이(영덕이)는 그만 순아가 서울로 돌아가버렸으면 좋겠는데....... 순아의 영덕이에 대한 사랑은 날이 갈수록 무르익고 치과의사처럼 입을 벌려 입을 맞추는 등 대담해지는데 그 앞에 첫사랑 순덕이와 음악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버린다. 산골을 배경으로 한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진 이 이야기는 작품 속 주석처럼 달린 동물의 모습이나 습성 등 생태의 특징적인 면을 알려주는 부분이 독특하다. 장면 묘사에서나 인물 심리 묘사도 동물들의 생태를 통해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이 매우 색다르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어린 시절 황순원의 소나기를 재미있게 보며 읽고 소녀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이 붓도록 읽었던 추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책. 우리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과 어리고 푸른 이들의 사랑과 그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시각이 얽힌 그물 속에 하나의 예쁜 감동을 받쳐주는 청호반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