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라도 괜찮아! 얼마전 아이 학교에서 운동회를 했다. 열심히 준비한 춤을 추어보이며 멋쩍게 웃는 아이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자식이 안 예쁜 부모가 있으랴만 특히 내 아이가 더 예쁘고 환해 보이는 날이었다. 운동회를 하면 늘 있는 달리기 시합. 두 주먹 불끈 쥐고 달리는데 엄마인 내 주먹에서 땀이 났다. 한바탕 크게 달리고 청팀 백팀 나누어 이어달리기를 하는데 어찌나 긴장이 되고 떨리는지. 마치 내가 달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찬이네도 운동회를 한단다. 잘 하는 종목에 출전해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임 선생님은 누구나 골고루 한 종목씩 출전할 수 있도록 제비뽑기를 하신단다. 운동이라면 잼병인 느림보 기찬이가 뽑은 것이 이어달리기. 아이들은 다 진 것이라며 걱정을 한다. 하지만 가장 걱정이 큰 것은 기찬이 자신이다. 왜 하필이면... 운동이라면 뭐든 잘하는 이호는 나처럼 해보라며 뽐내고 운동 못하는 친구들에게 시범을 보이기까지 하는데 막상 운동회날 어제 먹은 떡이 체했는지 이호의 표정이 영 심상치 않다. 기찬이 순서가 오기도 전에 청군은 반 바퀴 넘게 지고 있었는데 기찬이가 기를 쓰고 뛰어도 한 바퀴나 차이가 있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있던 이호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버리자 기찬이 뒤는 아무도 없었다. 한 바퀴나 늦은 기찬이가 마지막 주자인 줄 알고 착각한 친구들은 더 열심히 신나게 응원을 했는데 다 들어온 기찬이가 멈추지 않고 한 바퀴를 더 도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한 바퀴가 더 남은 것을 알고 포복절도할 만큼 크게 웃는 아이들. 멋쩍게 웃는 기찬이와 이호를 바라보며 같이 해밝게 웃는 아이들은 모두들 기찬이를 둘러싸고 운동장 한 바퀴를 더 도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느림보 걸음이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뛴 기찬이와 그런 기찬이를 이해하고 응원한 친구들의 마음이 예쁘다. 꼭 이겨야 맛인가! 응원하고 함께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 더 기쁜 운동회날. 꼴찌면 어때. 열심히 뛰면 그만이지. 등수에 들지 못해 울상인 아이에게 등을 토닥거리며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이 책을 웃으며 내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