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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받은 날 ㅣ 내인생의책 작은책가방 2
진 윌리스 지음, 토니 로스 그림,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2월
평점 :
성적표 받은 날
기막힌 반전이 멋진 책이다.
성적표 받은 날이라는 제목으로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책,
성적표에 큰 부담감을 들고 사는 부모에게 깨우침을 주는 책이 아닐까 했었는데
예상 외로 시작은 한때 플러프라고 불렸던 악당 1호가 된 토끼의 가출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자칭 지옥의 토끼라고 불리는 껌 좀 씹었을 것 같은 토끼들과 어울려
그들의 심한 장난에 동참하고 못된 짓을 하고 다닌다는 걸 편지로 써 두고 집을 나온 플러프.
플러프의 부모님은 그 편지를 읽으며 얼마나 가슴 철렁할까.
멍텅구리 털 뭉치라고 놀릴까봐 친구가 되기로 하고 소똥 속에서 코만 내놓고 파묻히고,
아슬아슬 줄다리기 위를 건너가는 위험을 무릅써서 친구로 인정받아 악당 1호가 된 플러프.
으악 소리 나오는 벌레 버거를 먹고 꼬리를 물들이고, 가죽점퍼를 입고 , 귀고리를 하고, 수염도 안 닦고, 아주 아주 늦게 잔다는데
그런 말을 듣고 얼마나 기가 막혀할지 상상이 간다.
거기다 오토바이 앞 바퀴를 든 책 돼지우리를 부웅 뛰어넘기도 하고,
젖소 아저씨 꼬리를 밟고 지나가고, 순무 밭에서 경주를 해서 밭을 망쳐놓고, 거친 말솜씨에, 패싸움까지 한다 하니
이거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눈 앞이 캄캄할 지경이다.
또 싸우러 나간다며 만약 다시 못 보게 된다면 동생을 많이 사랑해주라니.
그 정도까지 읽으면 절로 가슴이 무너져내릴 것 같다.
그런데....
그런데!
그랬는데!!!
그게 다 뻥이란다.
그 편지 아래 놓인 베개 밑에 성적표가 들어있으니 화를 다 냈으면 할머니 집에 있는 가짜 악당 1호를 찾으러 오라니.
ㅋㅋㅋㅋ
이런 편지를 읽는다면 정말 성적표에 엉망이라고 씌여 있어도 화를 못 낼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내 아이이니까.
플러프의 재치에 한참 웃었다.
정말 못 말리는 플러프.
의외의 이야기와 반전으로 재미있었고, 플러프의 편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