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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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침묵
 

깊은 밤 펼쳐 잡은 손을 떨구지 못하고 내리 훑으며 정말 한 번 잡으면 밤을 새워 읽게 된다는 그말에 크게 공감한다.

아아! 전율이 등줄기를 찌른다.

 

1억원 고료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 <천 년의 침묵>

“2010년 대한민국, 이제 우리도 이런 소설을 가질 수 있다!” 

 

나 역시 만장일치로 심사했던 분들과 한 목소리로 외치고싶다.

이제 우리도 이런 소설을 가질 수 있다.

세계 작가들과 어깨를 견주어도 조금도 눌리지 않을 기세로 이선영 작가의 책을 높이 쳐들고싶다.

 

이분에게서 수학을 배웠더라면 어릴 적 수학시간이 그렇게 두렵고 무섭고 초조하지만은 않았을텐데.

일찍 소아마비를 앓아 체육시간이면 책을 탐독했고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시간에도 문학창작에 대한 열의는 쉽게 가라앉지 않아

스물여섯 늦깎이 나이로 문예창작과에 들어가 첫 줄의 희열 때문에 글을 쓴다며 한 번도 떠올려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팩션의 그릇에 담아

세상에 올렸다.

 

피타고라스가 무리수를 발견한 히파소스를 우물에 빠뜨려 죽였다.

이 한 줄의 문장에서 발상을 떠올려 이룩해낸 놀라운 가공의 진실.

같은 문장을 읽었어도 감히 더 크게 의문을 지니며 정말 그럴듯하게 만들어낼 생각을 하지는 못했으리라.

준비된 이가 기회를 잡을 수 있듯 그동안 갈고닦아온 노력과 정성, 걸어온 길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런지......

 

그리스의 도시국가 크로톤, 한 어부의 그물에 피타고라스 학파의 수제자였던 디오도로스의 시신이 걸려들고 학파에서 퇴출당한 후 자살한 것이라 단정짓지만 여기 저기 매맞은 흔적이 남은 형의 시신에 의문을 품고 학파에 청강생으로 잠입해 형의 죽음의 비밀일 풀려한다.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와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겨지지 않는 권력을 앞에 둔 이의 어두운 면에 놀라우면서도 그것이 권력 앞에 둔 인간의 모습이려니 하고 수긍이 가게 되는 건 또 씁쓸한 현실이다.

 

이천 오백년 전, 고대 그리스 국가를 배경으로 벌어진 이 놀라운 사건이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양 생생하다.

스토리의 탄탄함과 거침없는 필력으로 숨 한 번 제대로 크게 쉬지 못하고 깊은 밤 가슴 떨림을 안고 읽어내렸다.

한 번 잡으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그 말에 크게 공감한다.

여태 보지 못했던 소재의 생생한 수학역사추리팩션. 

 

이제 그토록 원하던 작가가 된 그는 또다시 그의 심장을 뛰게 할 새로운 첫 줄을 꿈꾼다고 한다.

그 첫줄은 과연 어떤 문장이 될지, 또 그의 새로운 작품은 어떤 내용일지 무척 기대가 된다.

읽고나서 다시 보는 제목 천년의 침묵......

제목 참 잘 지어졌다 내용에 걸맞게 라고 생각이 든다. 다음 책의 제목은 과연 무엇이 될까? 궁금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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