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를 만났어요 이번 설 연휴에도 가고 오는 길이 많이 밀렸다. 좀 덜 밀리는 시간을 택해 빨리 움직인다고 움직였는데도 줄줄이 선 차들은 거북이보다 느린 걸음으로 기어가고 차 안에서 갑갑해하는 아이들은 언제 도착하느냐 빨리 좀 갔으면 좋겠다며 보챘다. 오가는 길이 오래 걸려 파김치가 되어도 막상 도착해 반기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마주보고 웃게 된다. 얼마나 보고싶으셨을까... 동구밖까지 나와 언제 오나 손자들을 기다리셨나보다. 할아버지에게 안긴 막둥이는 마당 제 집에 엎드려 누운 강아지를 보고 강아지한테 가겠다고 바둥거린다. 조금 더 안아보고픈 할아버지의 마음도 모르고. 노랑나비 한 마리 꽃밭 위로 나풀나풀 날자 노랑나비를 잡으려고 살금살금 쫓아가는 산이. "산아, 유치원 끝났으면 어서 집에 가야지." 어디서 들려오는지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르는 알 수 없는 목소리는 자꾸만 산이의 발걸음을 쫓아온다. 버짐나무 샛길에도, 위험천만 건널목에도, 미끌미끌 논두렁에도, 포도밭 원두막에도..... 한지에 그린 수채 물감 그림처럼 색도 곱고 은은하다. 노랑나비가 포도밭 한가운데 날아가 온통 맘을 빼앗긴 포도송이를 보듯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예쁘다. 그림 속에 담긴 할아버지의 산이에 대한 마음이 그림에 얼룩진 무늬처럼 내 마음에도 무늬를 만들어준다. 집에 있던 할아버지 사진을 떠올리고 할아버지 얼굴과 산이 얼굴을 비교하며 서로 닮았다는 장면도 찡하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언제나 산이 곁에서 산이를 바라보고 계셨구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멀리 계시지만 언제나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고 계시겠구나 하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왔다. 손자를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산이 할아버지의 산이에 대한 사랑 이야기 속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잘 도착했노라 드린 전화에 아이들 목소리 한 번 더 듣고싶어 바꿔달라하신다. 명절 아니어도 더 자주 찾아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