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똥 싼 날 어릴 적에 방학 때 일기를 미뤄놨다 한꺼번에 써 되게 혼이 난 기억이 난다. 매일 그날 있었던 일이나 생각 느낌을 적는 일기를 날씨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모았다 썼으니 거짓말인 셈이라고 엄마한테 호되게 야단을 맞았었다. 일기를 매일 쓰면 공부의 기본이 되는 사고력과 추론력, 글솜씨도 는다고 하는데 일부러 쓰라고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쓰고싶어지는 것을 억지로 쓰라하니 더 쓰기 싫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지금 그럴까? 그래도 요즘은 일기를 의무적으로 쓰라고는 하지 않는 분위기인데다가 쓰라고 해도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어번일 뿐이니 그리 힘겨울 것 같지 않은데도 어떤 때에는 쓸 게 없다고 내내 궁시렁거리기도 한다. 가보지도 않은 대학을 하도 엄마한테 이야기를 많이 들어 가기도 전에 백년은 다닌 듯하다는 전세호. 자모회 다녀온 뒤 엄친아 예강이 말이 튀어나오며 선생님께 일기 쓰기 숙제를 내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호는 분하다. 선생님이 새로 내어준 한 달 간의 과제-자신만의 열매따기-를 성공하면 농장에 데려간다고 하는데 저마다 아이들은 자신이 고쳐야 할 점 중 한 가지를 자신의 열매로 정하는데 세호는 선생님이 미리 정해놓으셨단다. 한 달 동안 매일 일기쓰기! 일기도 똥 누는 것과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참 맞는 말씀이라며 그런데 변비로 고생하는 이도 있다는 걸 왜 모르시냐는 세호의 말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쓰기 싫은 걸 매일 억지로 쓰다보니 비슷비슷하게 나오는 내용을 선생님이 지적하시고, 느낀 점 생각한 점을 솔직히 쓰라는 말에 조금씩 나아져간다. 욕쟁이 재식이가 욕을 하고싶은 마음을 참고 강아지라고 표현한 웃긴 사건 등 아이들의 열매는 하루 하루 여물어가는데... 선생님께 내는 일기 따로, 자신의 비밀 일기 따로. 하루에 하나 적기도 힘든데 두 개를 쓰는 여깡의 이야기를 고자질한 세호. 읽지 않았으면 하는 날은 반으로 접으라는 말에 친구집에서 신나게 컴퓨터하고 늦게 돌아와 깜빡 안 쓴 날을 감추기 위해 반으로 접어놓는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가고..... 초등 저학년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한 달 동안 매일 일기를 쓰면 닌텐도도 사준다하고 선생님네 농장에서 파티도 한다 하니 깜빡 잊고 안 쓴 것이 오죽 아까웠을까. 잠시 마음을 속여 접은 일기장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세호가 참 예쁘다. 일기똥을 누고 날아갈 것 같은 시원한 마음을 담은 마지막 일기를 읽으며 또 한참을 웃고, 부록으로 따로 실린 일기로 유명해진 이들과 실제 초등 2학년 아이들의 재미있는 일기를 읽으며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고 일기 쓰기를 시원한 일기똥 누듯 쓸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일기 똥 싼 날. 참 재미있게 읽고 아이의 마음에서도 보고, 아이의 마음으로 본 엄마의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