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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민속기행 1 - 사라져가는 옛 삶의 기록, 최상일 PD의 신간민속 답사기
최상일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백두대간 민속기행'이라는 20분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내용을 조금씩 다듬은 것이라고 한다.
1999년 9월부터 1년간 방송한 뒤 5년을 멈췄다가 2005년 8월부터 다시 1년 뒤 마무리.
잠시라도 들어간 마을 수는 얼추 300마을, 인터뷰를 해서 방송한 마을은 110여개.
193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말까지 약 25년간에 걸친 이야기들이다.
산촌의 다채로운 생업 관행과 생활문화, 외부와의 소통, 고갯길 넘어 다니던 이야기,
마을 민간신앙, 토속 음식이야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고 하는데
그 방송의 모습 그대로를 담아놓아 더 생생하고 재미있었다.
단순히 재미있었다고 하기에는 그간의 노고가 너무도 크지만.
대동아 전쟁때 비행기가 날고 방공 연십하니라고 잠도 못 자고,
또 인제 징용을 보냈잖아. 왜 모두 몰아세웠잖아. 그래서 나~많은 부모 두고 못 간다고,
광산으로 가면 그런 데를 안 보낸다 해갖고. 저 망덕리라고 있어.
거기 광산에 있다가 하도 바글바글해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이 내동 안에
불당골이라는 골짝에 또 광산이 있었어.
그래서 인자 그리 와갖고 거기서 우리 이 양반이 뭐 화학 감독이다냐 뭐 그런거 하고
인자 그라고 있었는데, 평난이 딱 됨서 요리 와서 이러고 살았지.
우리가 이 땅에 살다 가고 또 그 후손들이 살다 가고 좀 더 오래 지나면
우리 살았던 모습도 후손들에게 오랫동안 이야기되고 신기하다 재미있다 그렇게 들려지지 않을까.
백두대간.
산 타는 이들이 즐겨 찾고 가고싶어 열망하는 백두대간 산자락에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리며
오랜 세월 역사와 함께 묻어온 흔적들을 이야기 속에 마음 속에 품고 사는 이들이 있었다.
백두대간 민속기행 1권에는 지리산에서 추풍령까지, 속리산에서 소백산까지
굽이굽이 고개마다 산간 마을에 가족의 가족사가 민족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삼년 묵은 쇠뼉다구에 새살이 돋는' 날까지 살다 보면 잘라진 빼재에도 다시 산줄기가 복원되고,
나갔던 자손들도 다시 백두대간 자락으로 돌아와 한데 어울려 재미나게 사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 말이 어찌나 아프던지...
길은 펑펑 뚫리고 옛날처럼 힘든 일 안해도 먹을 걱정 없어진 이 세상은,
왜 반대로 갈수록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은 세상이 되어 가는 것일까?
아무래도 저런 찻길이, 함부로 산허리를 자르고 마을을 밀어버리고 난 커다란 찻길들이
사람들을 약빠르게 만들고, 인정머리 없게 만들고, 자연과 신령에 대한 경외심마저 없애버리는 것이 아닐까?
저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렇게 방송이 되지 않고, 방송을 위해 찾지 않고, 세월과 함께 그냥 묻혀져 버렸다면
다시는 들을 길 없이, 읽을 길 없이 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라디오 방송이 이 백두대간 민속기행이 너무도 고맙고 소중하다.
민요 속에 우리 민족의 생활과 정서와 한이 담겨있는 것처럼
백두대간 민속기행 빈대떡을 얻어먹으며 들은 할머니들의 신세 타령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의 한 자락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