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유쾌한 과일 처음 시작은 이랬다. 좋아하는 일본 작가의 글이 받은 상 나오키상 수상작가, 자주 접해보지 못한 에로티시즘의 극치, 섬뜩하면서도 자극적인 표지 그림과 불유쾌한 과일이라는 제목의 의미.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한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펼쳐 읽은 책. 눈에 씌인 콩깍지가 떨어져 나가는 신혼 삼년 지나고 아이가 생기고 내 생활의 대부분이 나라는 주체보다 가족이라는 의미에 중심이 될 때 남편에게 더이상 여자라는 의미보다 내 아이를 키우는 엄마, 언제나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여겨지는 시기가 오면 옛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오래된 추억을 끄집어내며 혹시라도 스쳐지나가기라도 할 새로운 설레임을 살짝 꿈꾸어보기도 하겠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시작이었음에도 불륜은 점점 그 도를 넘어서 양다리에, 도덕적인 관념이 무뎌지고 나중에는 아이를 가지기 위해 어떤 남자라도 관계없다는 이해하지 못할 상황으로 치달아 읽는 감정이 다소 불편해지기도 했다. 착하지만 성적인 만족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시어머니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효자 남편. 결혼 6년차 주부 마야코는 이제는 유부남이 된 첫사랑 노무라를 만나 그런 감정을 달래기도 하는데 독신남 미치히코를 만나 불륜은 파격적인 상황으로 넘어가는데 자기를 붙잡던 남편은 이혼 후 2년만에 다른 젊은 여자와 결혼하고 그녀의 뜨거웠던 사랑은 다시 생활이 되어 그 화려한 색깔이 바래지고 다시 도박을 꿈꾸는 마야코의 인생이 또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갈까. 결혼이라는 제도와 여자의 인생이란... 같은 동양권 문화여서 그런지 완전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만 그녀 스스로와 남편과 결혼으로 엮어진 소중한 인연의 사람들이 조금만 더 이해하고 따뜻이 대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환경을 환경 안에서 바람직하게 바꾸려는 노력과 긍정적인 사고, 꾸준한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 작가는 왜 불유쾌한 과일이라 제목을 이름지었을까 처음의 궁금함은 차차 공감과 이해로 번져가고 마지막 여운과 아쉬움과 궁금증을 남기는 마무리 끝에 씁쓸함을 베어물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