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 함민복 에세이
함민복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놓았나

 

맘 마중 나오는 달정거장

길이 있어

어머니도 혼자 살고 나도 혼자 산다

혼자 사는 달

시린 바다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놓았나

-110쪽에서- 

 

인생을 길이라 생각했다.

가기 쉽고 힘들지 않은 평탄한 길도 있지만 산세 험난한 길도 있고, 거친 돌들이 박혀 발이 아픈 길도 있다.

힘들게 올라가지만 정상에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과 풍경이란....

인생이란 그런 길과 같다고 생각했다.

 

시를 쓰는 사람의 마음은 순수하다.

만나보지 못한 분이지만 사슴처럼 맑은 눈망울을 하고 계실 것 같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친구를 위해 작품을 읽어준 날 답례로 술 한 잔 받아주는 친구들.

시를 쓰지 못한 날은 그냥 가버린다는 친구들.

그 친구들에게 데모를 한다고 냄비를 엎어놓고 두 손 든 친구들과의 삼겹살파티.

웃음이 나왔다.

그 이야기 끝에 좀 더 세월이 흘러 스러져간 추억을 붙잡고 쓰고 있을 시인의 아픈 마음에 괜시리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어머님의 묘 앞에서 어린 시절 어머님이 싸주신 도시락을 떠올리고

제대로 해주지도 못했다며 마음 아파하시는 어머님 생각에 얼른 내려왔다는 글에서도 그리움이 뚝뚝 떨어졌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고.

시대를 함께 걱정하는 마음에 내 마음도 보태고싶어졌다.

봄이 허리 펴는 소리에 꽃들이 피어난 봄날의 이야기도,

미처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지만 그의 친구 이야기에 같이 웃고, 눈시울 적시고,

인터넷에도 없는 낙지 잡는 법을 읽으며 너털 웃음 날리고 그가 배운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군사정권 시대와 촛불 집회, 유년의 어린 시절과 그가 떠나온 길 이야기,

그리고 그 끝에 조롱조롱 달린 이슬같은 시 한 편들....

 

이야기마다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어떤 부분은 웃기고 어떤 부분은 슬프고, 전체적으로 그리움이 가득하게 퍼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길 위에서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좀 애절하게 들린다.

지난 추억을 뒤적이는 길섶의 이야기에 시가 있어 더 좋고 느낌이 살아난다.

이렇듯 아름다운 슬픔을 노래하는 이가 있어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픈 길에서도 어린 시절의 길에서도 사람을 향한 따뜻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글.

내가 읽은 그의 글은 이랬다.......

 

집 속에 살던 내가 집을 떠나면 집이 내 속에 들어와 산다.

-11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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