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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화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젊은 시절, 눈코 뜨기 바쁜 하루 하루 일상이 챗바퀴 돌듯 지나가고
글을 써야 먹고 산다는 강박관념과 살림과 육아에 숨쉴 틈조차 없이 삶의 줄기를 좇다가
죽고싶다는 소리가 목에 걸려 터져나오기 직전
삶의 줄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인도로 떠났다.
가까운 사람마저 너무 멀고 추워서
오슬오슬 소름이 돋고 뼈가 저리도록 한기가 느껴질 때,
그때는 애써 체온을 끌어올리려 하지 말고
밖으로 무작정 나가 햇볕을 쬐고 비늘을 털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
-50쪽에서-
그렇게 비늘을 털어내기위해 햇볕을 쬐듯 인도로 떠났다.
배가 고프면 짜이를 끓여먹고 통통히 살 오른 그린 파파야 열매로 깍두기를 담고......
배고프면 노란 달을 한 조각 베어 먹고, 추우면 열대의 햇빛 한오라기를 끌어와 물레질하며 옷을 해 입고.
그렇게 인도에서 살았다.
그녀가 말하고 보여주는 인도는 여러 색깔이다.
원래 인도가 그렇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렇게 떠난 인도에서도 책은 어찌할 수 없었던지 한국에서 간간히 부쳐오는 책으로 마음을 연명하다 책을 찾아 길로 나섰다.
천국은 틀림없이 도서관 같을 것이라 말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을 떠올린 그녀, 아마 내 맘과 같았나보다.
칼리지 스트리트 책방 구경에 나도 덩달아 신이났다.
인도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 눈물이 그렁하니 맺히니 옆에서 아이가 물어온다.
무슨 책인데 그래?
응, 인도 여행기.
그런데 왜 울어? 또 누가 죽었어?
풉!
간략히 내용을 이야기해주었다. 이런 한 조각 대화로도 아이의 관심을 인도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며.
인도의 낯선 풍경들이 가까이 느껴졌다.
그녀의 글은 시적이다. 유려하고 볼을 부드럽게 스쳐가는 산들바람같다.
글을 쓰는 이라서 그런지 표현도 남다르고, 그녀가 인도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시와 함께 어우러진다.
내가 읽었던 다른 인도여행기에서 보지 못한 이야기, 예술적 자궁이 낳은 생명들의 축제와
떨어지지 않게 손잡이를 꽉 잡아라 그러면 모든 게 노쁠라블럼의 포시멜라 축제.
그녀가 노래하는 인도는 아름답다.
노 쁘라블럼의 인도는 여러 색을 지녔는데(책에서 내가 느끼고 본 인도) 그녀의 인도는 죽을 것 같은 일상의 피로를 씻어가는 바람같았다.
웃지 못할 스팸 메일을 보고 반가운 이의 소식인가 들여다보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그렇게 죽을 것 같이 힘들어 떠난 인도여도 그리운 이들에 대한 감정까지 씻지는 못했나보다.
다시 가면 익숙한 길이 될지 모르지만 그리운 이들을 남겨두고 온 다른 길은 모두 낯선 길이 아닐까?
낯선 길에 대한 알 수 없는 설레임과 동경에 대한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낯선 길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함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하는 인도 여행기이다.
떠나라, 여행은 일상의 짐들을 내려놓고
자신을 찾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31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