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바나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는 동물원을 구경하러 가기가 힘들다. 기차를 타거나 고속도로를 달려 멀리 나가야 볼 수 있기 때문에. 큰아이가 어렸을 때 서울까지 가서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을 간 적 있다. 추운 겨울날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밀고 업고 안고 그렇게 보여주었었는데 책에서만 보던 동물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니 무척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때 함께 보았던 돌고래쇼가 아직 눈에 선하다. 한밭시에 생겼다는 우리나라 최대 동물원 이야기를 나도 들은 적 있다. 거기 한밭시에 사는 남우는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참 생각이 깊고 씩씩한 아이다. 어릴 적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곧 아빠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와 사는 남우는 가정의 달 5월에 내는 숙제들이 가장 힘들고 싫지만 할머니가 마음아파 하실까봐 그런 내색도 하지 않는 속깊은 아이다. 남우의 별명은 소나무. 이름때문에 그리 불리는 것인데 별명이 메주인 미주, 찌그러진 양동이라는 별명이 있는 동우, 언제나 솔직한 태완이와 탐험대 사총사가 되어 돈독한 우정을 쌓아간다. 물론 그들이 처음부터 친했던 것은 아니다. 한밭시에 동물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동물을 보러 어른들 몰래 탐험대를 조직해 철조망을 뚫고 들어가는 모험을 한 후 그들은 서로 마음을 트고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때 만난 부스스 아저씨도 그 일을 계기로 남우에게 가깝게 대하고 남우가 아플 때 고기를 사와 남우 할머니께 드리기도 한다. 다른 동물들은 얼굴 모양이나 특징으로 이름이 붙는데 사바나 원숭이는 온 곳의 명칭을 따라 남우의 마음에 남는다. 급식 시간에 나온 사과를 들고 동물원에 제일 마지막에 들어오는 유인원을 만나러 가는데 짧고 검은 털의 사바나 원숭이 한 마리에게 순식간에 사과를 뺏기고 만다. 그 짧은 순간 남우는 사바나 원숭이와 눈빛 교환을 하고 남다른 마음을 주고받았다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온 남우는 평소와 다르게 전화를 받는 할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어떤 감을 잡는다. 사바나 원숭이가 탈출했다는 소식에 사바나 원숭이를 구하러 사총사 탐험대가 나서지만 사바나 원숭이는 쉽사리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엄마를 한 번만 만나보겠느냐는 할머니의 말에 남우는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어쩔 수 없는 일로 부모님들이 헤어졌고 아빠가 돌아가시는 일을 겪었지만 아직 남우는 어리다. 그런데도 씩씩하게 받아들이고 고향을 떠나온 사바나 원숭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본다. 자신의 아픔에만 슬퍼하지 않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엄마나 할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사바나 원숭이와의 교감을 통해 남우는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스스로 마음 속에 약을 바른다. 아픈 만큼 한 걸음 성숙으로 다가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남우의 맑은 목소리를 통해 듣는데 가슴 속이 싸하게 아려온다. 씩씩한 남우의 모습에 우리 아이들도 배우고 느끼는 게 있으리라. 힘차게 씩씩하게 밝게 큰 걸음 내디디며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건네주고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