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바람 드는 집 - 흥선 스님의 한시 읽기 한시 일기
흥선 지음 / 아름다운인연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맑은 바람 드는 집
 
학창시절 시험을 앞두고 교과서에 나온 한시를 읽는 정도였을뿐 한시에 크게 관심이 많았다거나 한시를 보고 즐기는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나중에 아이 책을 고르러 들른 서점에서 보게 된 정민 선생님의 한시이야기를 몇 장 넘겨보다 내용이 마음에 들어 사와 읽었는데 그 책으로 한시에 대한 선입견-좀 지루하고 고풍스러우며 특별한 이들의 분야-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 뒤로 한시를 대하기가 그리 깔깔하지만은 않았는데 이번 책을 만나면서 한시가 보다 가까워지고 좋아졌다.
성보박물관 홈페이지에 7년 반 동안 올린 내용 중 추려 만든 정갈하고 예쁜 손글씨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맑은 바람 드는 집은 어찌나 예쁘고 고운지 볼수록 입가에 미소가 절로 걸린다.
내용 하나 하나 서정적이고 단아하면서도 일상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도 있으며 복잡한 머리속을 잠시 비우고 맑은 바람을 들여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최치원의 시, 월산대군의 시 등 고전작품도 다시 감상할 수도 있었고, 산속 고요히 머무르며 참선하는 분의 생활과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산 속에 사니 좋겠다는 말에 일 없이 고요히 머무르면 좋으련만 속에서 잡초처럼 일어나는 생각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는 글과 그 글을 한시로 옮겨 놓은 시가 흥선스님의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어 마주보며 맑게 웃었다.
그런 깨달음과 진지한 자아성찰이야말로 산 속에 사시니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되어 잎이 떨어져 산이 절반쯤 비면 암자터를 함께 오르자는 스님을 배웅하며 떠올린 한 수의 옛시를 보여주시는데 아!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푸른 산빛이 마음 속으로 잔잔히 들어와 앉는 느낌이었다.
차가 지날 때마다 부드러운 음악처럼 한 차례씩 몸을 뒤채는 길섶 코스모스 무더기를 낮에 뜬 은하수라 비유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서정이 글에서 그림이 되어 색채를 띄고 마음으로 들어온다.
어찌나 글솜씨가 좋으신지 수려한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하고 맑은 기운 서린 글은 읽는 이의 마음마저 맑게 한다.
아아! 올가을 날마다 한 편씩 한 편씩 재어가며 읽고 또 읽으리라.
마음이, 마음이 먼저 가을빛을 향해 떠난다. 맑은 바람 드는 집을 노니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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