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집에 있을걸 - 떠나본 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후회
케르스틴 기어 지음, 서유리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그냥 집에 있을 걸
 

지금도 웃음이 난다. 이 책을 생각하면.

그냥 집에 있을 걸....... 참 공감이 가는 제목이었다.

여행 가방 위에 걸터앉아 스스럼없는 하품처럼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감정, 그냥 집에 있을 걸.

떠나본 이들은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감정이다.

여행을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내 집만큼 편한 곳이야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함을 무릎쓰고도 기어이 또 떠나게 하는 여행의 매력은

그 불편함조차 추억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끝도 없이 나오는 들어봄직한 것에서부터 이런 것도 있었나 할 만큼의 많은 포비아를 가지고도 또 떠나게 될 수 밖에 없는 저자의 여행담은 제목이 말하는 직설적인 표현과는 달리 읽어버리고 나면 너털웃음이 날만큼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비행기 공포를 지닌 친구를 큰웃음으로 비웃던 친구는 더 자지러질만큼 벌벌 떨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잘난 척을 하고, 언어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며 자랑하던 친구는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이야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통역도 해주지만 정작 듣는 이는 알아듣지 못하고 약을 먹으라, 미소를 지어라라고 하는 기막힌 에피소드며, 숙소에서 깨끗한 풀장을 독점할 수 있었지만 전갈이 나와 밤새 잠을 설쳐야 했던 일, 로맨스를 꿈꾸었던 해변가에 수영복 바지를 허리까지 끌어올린 할아버지들만 가득했던 일, 최상의 숙소를 고르겠다고 심혈을 기울였는데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추레한 호텔이었던 일, 정말 곳곳에 기막힌 여행담이 펼쳐진다.

이야기의 상황은 심각하디 심각한데 웃음이 자꾸 쿡쿡 하고 터져나온다.

그런 상황조차도 웃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 여행이기에, 이미 지난 시간들에 대한 추억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작가의 재치넘치는 글솜씨도 한 몫하고 있다.

막상 떠나보면 그냥 집에 있을 걸 하는 마음이 들더라도 일상을 살짝 비켜간 여행이 만들어주는, 지나가면 그것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기에, 아니 여행만이 만들어주는 특별한 선물이기에 다시 떠나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디에 가면 어떤 멋진 풍경을, 볼거리를 볼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나도 이곳을 다녀왔다라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이기에 겪을 수 있는 그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여서 더욱 맛깔스러웠다면 이 또한 역설일까?

게르스틴 기어. 그녀의 유쾌한 여행이야기는 아, 정말이지 떠나고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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