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걸스 노오란 은행잎이 곱게 내려쌓이는 교정 뒤뜰에서 책을 읽던 추억이 생각난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친구의 풋풋했던 모습도 생각나고. 우리 때에도 심화반이 있었다. 우리 학교의 심화반도 도서실 자리 끝까지 미치지 못하는 1대의 에어컨이 있었는데. 야간 자습이 시작되면 심화반 보충을 따로 모아서 하곤 했다. 심화반에 들어가는 아이와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 사이의 묘한 이질감은 그때에도 있었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려 쓴 이 작품은 그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의대를 목표로 끊임없이 원치 않는 격려하는 엄마의 따가운 질책이 안타까운 은비와 키가 작아 중학생들에게 돈을 뜯긴 아픈 경험으로 학교 안 가는 날에도 교복을 입고 다니는 소울이, 각 학교의 꽃미남을 가슴에 품고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며 열심히 작품활동하고 있는 지형이, 신은 공평하셨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머리만은 갖추지 못한 혜지. 네 명의 친구들은 모란여고 심화반인 모란반 폐지를 위해 닌자걸스가 되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도 곧 폭식을 해버리는 은비는 어릴 적엔 아역도 했었지만 이제는 오디션마다 왜 왔냐는 핀잔만 듣는 뚱땡이 고릴라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연기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이어지지 않는 다이어트를 하고 또 하는데. 혜지네 삼촌이 영화감독이라는 소리를 듣고 각자 다른 목적을 지닌 소울이, 지형이와 함께 이상한 과외단을 만든다. 혜지네 삼촌의 소개로 은비는 연극 공연을 하게 되는데 공연을 할 수 있느냐 마느냐 최대 걸림돌이 바로 이 모란반이다. 모란반 폐지를 위해 괴기담도 만들었지만 실패하자 그들은 닌자걸스가 되어 옥상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밝히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고 재미있어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지나고나면 힘들었던 그 시절도 그렇게 아름답고 눈부셨는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나 심각하고 또 심각했던지. 어른이 되기 위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십대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