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견딜 수 없어! - 아지즈 네신의 유쾌한 세상 비틀기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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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견딜 수 없어

 

이름도 모르고 읽어본 책도 없었던 한 작가가 단 한 권의 책으로 평생 잊지 못할만큼 콕 와 박히는 때가 있다.

풍자문학의 거장, 터키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아지즈 네신이 그런 인물 중 하나이다.

다양한 장르의 100여 권이 넘는 작품들을 남겼다는데 나는 이제 겨우 두 권을 읽었다.

단 두 권을 읽고 아지즈 네신에 대해 감히 거론하기는 두렵지만 내가 본 그는 자신이 믿고 뜻하는 바대로 삶을 살았으며 작고한 이후에도 그 삶의 향기를 전하는 이이다.

고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네신 재단을 설립, 그의 작품에 대한 모든 인세가 이 재단에 기부된다고 한다.

불합리, 부조리, 부정부패, 개운하지 않은 정치, 사회 구조적인 모순 등 당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풍자는 그 메시지를 세계에 떨치고, 읽는 이들에게는 사고와 깨달음을, 뻥 뚫리는 시원함을, 기부된 인세는 고아들에게 돌아가는 만다라와 같다.

 

이 작품이 쓰였던 당시의 터키는 격동기였다고 한다. 급격한 근대화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인플레이션, 실업률 상승, 정부의 언론 탄압, 좌우익의 정치적 테러 등 정치ㆍ사회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다. 이 같은 상황을 미리 알고 읽는다면 작품을 통해 아지즈 네신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더욱 선명히 그릴 수 있다.

물론 그런 배경지식 없이 오로지 작품만을 두고 보아도 충분히 풍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짧은 이야기 속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비판이 당대의 어두운 면을 헤집고 밝은 빛을 틔우는 것 같아 시원하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높은 위치에 있고 권력을 쥐고 부를 누리는 자일지라도 완벽하지 않고 한 군데씩 엉성하다.

 

알려진 세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시끄럽기 짝이 없는 거대한 괴물 기계를 만드는 미지의 세계 사람들,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의 입에서 나온 검은 연기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한 사람의 입에서만 나온 거라 생각하고 화를 자초한 평온의 나라 사람들, 더 크고 더 무거워지는 철퇴를 부린 역사 속 술탄들과 지금도 누군가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철퇴, 자신을 따라오는 그림자를 견디지 못해 소리치는 사람들,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그림자만 남기고 사람을 집어던진 통치자, 늑대에게 숨이 끊길 때까지 자신이 따라오는 늑대를 늑대인 줄 알면서도 아니라고 부정한 당나귀, 지니기에는 무리가 될 만큼 큰 저택을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고 더 큰 빚을 짊어지면서도 자기 집이라고 믿는 집 주인, 자신의 아이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는 줄도 모르면서 학부모 회의에 참가해 자신과 같은 이들을 비판하는 아버지......

 

시대의 어두운 면만 비판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불합리한 모습까지 다양하게 적용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한편으론 통쾌하고 한편으론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아지즈 네신의 이 풍자는 시대만이 아니라 하나 하나의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겨울 속에서 싹트는 봄이 돌아오는 때를 떠올리면 아지즈 네신의 이 책이 함께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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