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열세 살에 단편을 써서 남다른 글재주를 선보인 피츠제럴드의 처녀작 '레이몬드의 미스터리'를 비롯해 7편의 단편을 읽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강아지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사건인 '복실이의 아침', 하나의 일을 두고 남편과 아내, 딸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가구공방 밖에서'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보고싶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여러 출판사에서 내어놓고, 이미 읽은 이들의 이야기와 영화 이야기를 통해 이미 커질대로 커진 기대감에 실망하지 않을까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한 권의 책 전부에 실려도 결코 지루하지 않았을 흥미로운 사건을 담고 있었다.

다른 작품들에 자리를 내주어 68페이지 안에 그 감동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지만 사건 전개가 활기차고 빠르게 진행되어 그 두께가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아무리 행복한 인생의 순간도 지나고 나면 꿈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지금도 째깍째깍 흐르고 있는 이 시간이 어느 순간에는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돌아보면 어찌 그리도 빠르게 지나가는지....... 세월이 쏜 살 같다고 한 선조들의 말씀이 딱 맞다. 지금보다 더 나이들면 그땐 세월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는 어른들의 말씀도 생각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작품이 그 말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가족의 주치의로 40년간이나 있어온 의사도 벤자민 버튼을 받고는 그 자리를 놓고 떠나버렸다. 미리 계약한 보모도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나가버렸다.

아이를 만나러 가는동안 금속 대야가 쟁쟁쟁 계단을 치며 아래로 떨어져 쨍그랑 하는 소리를 내는 효과음이 첫아이를 마주 대한 로저 버튼의 마음을 그대로 암시하는 것 같다. 응애 응애가 아니라 갓 태어난 쭈글쭈글한 신생아가 뱉은 말이 "당신이 아버지?"라니.

배냇저고리 대신 옷을 요구하는 이 아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거꾸로 젊어지고 쉰 살의 나이처럼 보이는 시기에 결혼한 젊은 부인은 삼십대가 되자 마흔 다섯이 되어 매력을 잃어버리고, 다시 더 젊어져 아들이 다닌 대학을 다니고, 사춘기를 맞고 아들의 아들과 같이 크다 더 어려져 유치원에서 놀고, 그리고 보모의 손을 거쳐 우유의 색과 냄새마저 잊어버리게 되는 그 요상한 사건을 어찌 보아야할까!

 

"인생의 가장 좋은 때가 제일 먼저 오고, 가장 나쁜 때가 제일 마지막에 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통해 피츠제럴드가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가는 독자들의 이해와 반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의 삶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뚜렷이 보이는 줄기가 있다.

1896년에 태어난 피츠제럴드. 1914년부터 4년간 이어진 전쟁, 장교로서 연애편력을 쌓고 있는 동안 도덕이 흔들리고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 시기와 맞물려 해석을 해보면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전쟁과 영혼의 공허.

동일한 작품을 두고 다른 표현방법으로 전하는 책과 영화.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느낌과 감동을 줄 것이다.

이번에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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