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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앗 - AJ공동기획신서 2
김서영 지음, 아줌마닷컴 / 지상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시앗
오래전 영화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단아하게 빗은 머리, 한복 저고리 여인과 곁에 선 여인.
한 남자를 두고 서로 가슴앓이를 하며 살다 나중에는 남자가 없어도 형제처럼 가족처럼 사는 두 여인.
하지만 영화 속 이야기니까 그렇지 실제로 그 주인공들이 내 앞에 있다면 남의 일일지라도 그리 담담하게 보지는 못하였으리라.
영화 속 이야기니까.
실제로 그런 일들이 있어왔다고 하지만 나는 끝까지 영화 속 이야기니까 하고 부인하고싶어진다.
본처라는 자리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비록 황후의 자리라 할지라도 내남자를 두고 다른 여자와 나누고싶지 않다.
아줌마닷컴에 글을 올리던 한 여인.
자식이 동창이었더라는 추천사의 글이 정말 이 여인이 우리들 생활 속에서 살아 있는 여인이구나 하면서도 자꾸 부인하고싶어진다.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시앗을 두고 살기가 말처럼 그리 쉬운가.
이십오 년을 만나왔다는데 그걸 몰랐던 죄, 살을 맞대고 자는 걸 꺼려했다는 죄로 스스로의 죄로 담으며 형님 소리를 들으며 살기가 그리 쉬운가.
눈물이 자꾸 나왔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아파도 병간호 하지 않아도 되고, 국을 끓이거나 집안 청소를 하거나 힘들고 고단한 본처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자리에 만족하고 산다는 그녀보다 삼겹살을 사 들고와 소주마시는 그들을 조오타 봐주지 뭐 하는 그녀가 대단해보인다.
하룻밤 자고 마는 사이도 아니고 이십오년을 밀회하는 그들을 그렇게 받아들이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너무 아파 비명을 지르는 마음으로 쓴 이 책이 어찌나 아프고 저린지...
저자는 자신의 글을 읽어달라고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그 아픔을 어찌할 수 없어 속을 털어 담지 않았을까.
함께 반평생을 살을 맞대고 살아도 돌아서면 남편은 남의 편이었던가.
두 아들에 대한 마음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그녀가 겪어야 할 시련이 그것만이 아니었다니.
아, 운명이시여!
그녀에게 감히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남편의 피붙이들의 반응도 아프게 한다. 그래도 같은 여자인데. 자신도 결혼을 해서 같은 자리에 있을텐데....
우연이라도 만나면 그녀에게 빈 술잔이라도 한 잔 건네주고싶다.
이 기막힌 이야기가 그녀가 그대로 겪은 일들이라니. 정말 눈물만 쏟아진다.
그녀가 내게 대신 쏟아달라한 눈물도 아닌데 자꾸 흘러내린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이야기 끝에 희망을 달아주고싶다.
그분의 아이들이 그녀 곁에 있으니 그 희망이 있다고 믿고싶다.
세상을 향해 내보이는 용기가 그녀에게 기쁨을 돌려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만나게 될 때 아프디 아픈 한서린 이야기만이 아니라 기쁨과 행복의 빛으로 채워지는 글을 보게 되기를....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