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달나라 도둑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넘은 긴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았다.

글의 길이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강한 여운과 느낌과 깨달음을 주는 책.

김주영님의 우화집 달나라 도둑이었다.

다시 등장하는 똥친 막대기의 이야기가 반갑고, 마르지 않는 추억의 샘같은 글이 이야기 사이 사이 자리잡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렸다.

콩알 같은 사탕 두세 개를 바라며 아버지의 돈을 몰래 훔쳤다가 남은 사탕 봉지를 비우고야 들어갈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아슬아슬한 추억, 늪가의 집에서 살 적 사소하고 귀찮게만 여기던 것들이 가슴 시리도록 그립다는 이야기, 불행도 기쁨도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 전해주던 박봉의 집배원, 많은 이야기와 한 포대의 검정 숯으로 남은 할머니......

꿈에도 그리워한다는 것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고향 마을 이야기와 여러 모습으로 이야기 포대에서 나온 짧고 굵은 이야기들이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말을 아끼게 할만큼 강한 느낌으로 남았다.

설혹 거짓이라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흘러내리는 모든 눈물 중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단다. 그래서 눈물 자국은 종이 위에 서툰 솜씨로 그려만 놓아도 아름답다는 저자의 글이 생각난다.

진정 마음이 따뜻한 이이기때문에 종이 위에 서툰 솜씨로 그려만 놓아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따스한 시선이 글 속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은 그 자리에 있을 때 그 모습과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베푸는 삶이 주는 괴력, 스물네 시간이라는 시간의 울타리를 스스로 쳐 놓지는 않았는지, 아이를 품어 키우는 데 대해 바깥 세상에 대한 용감한 도전을 부모의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꺾어놓지는 않았는지, 일상의 조그만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소중한 깨우침을 주는 책이 참 향기롭게 느껴진다.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듯하지만, 마음속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아 삶의 본질과 숙연하게 맞부딪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그래서 유장한 순환의 힘이 천연덕스럽게 놓여 있는 곳, 버려진 것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리 깊어 담벼락마다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곳, 가짜를 싣고 다니며 진짜처럼 호객하는 과일 장수가 하루종일 뻔질나게 들락거리는 그 궁핍한 골목길에 속옷을 입지 않아도 뱃속까지 뜨거워지는 빗살 촘촘한 햇살이 오늘은 무더기로 비칠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그 글이 어찌나 찡하게 와 닿던지......

고릴라와도 두려움 없이 입 맞출 수 있는 사람, 삶의 굴곡을 치열하게 거쳐왔으면서도 얼굴에 그런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 항상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글에서 깨우쳐주고자 하는 소중한 가르침을 마음에 담아 항상 웃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석은 우리 머리맡에 조용히 선물을 던져놓는 산타클로스와 같다는 최승호님의 말이 이 책에 참 어울리는 찬사라 생각된다.

상상의 달빛을 타고 조용히 내려온 글 한 자락 한 자락이 부드러운 실비단 달빛처럼 글 읽는 밤 나의 마음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래도록 그 끝을 잡고 마음을 놓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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