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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 동심으로의 초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세벽 지음, 홍원표 그림 / 굿북(GoodBook)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책 속에 나온 등나무 두 그루. 아니 한 그루는 인생의 모습을 닮았다.
아마 작가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싶어 이 글을 썼으리라.
풀숲에서 갓 나온 새싹 하나.
자신의 키보다도 큰 풀잎들 사이에서 햇빛을 보는 것조차 힘겨워 대지로 돌아가고싶어 하지만 은밀한 바람소리같은 진리의 목소리는 이제 대지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이야기해준다. 대지는 희망이 있는 것들만 품어 주고, 하나의 희망이요, 가능성이었기에 대지가 품어주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 소리에 용기를 얻어 당당히 햇볕을 마주대하고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 풀들과 경쟁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햇볕을 받을 수록 거칠어지는 피부와 징그럽게 뒤틀려가는 자신의 몸에 또 한 번 좌절하지만 자신이 나무임을 깨닫고 또 한 번 용기를 낸다.
단지 귀만 기울이면 되는 데 어른이 되면 그 마저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어른이 되어서도 진리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귀 기울이는 법을, 아니 마음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19쪽에서-
바로 내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었다. 내가 내 자신을 우습게 여기면 내 인생이 우스워진다는 것이다. 내가 내 자신을 사납게 바라보면 내 인생은 사나워지고 내가 내 자신을 기쁘게 바라보면 내 인생은 기쁨으로 가득차게 된다. 나는 마음의 표정관리를 완벽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런 사실을 깨달았고 마음 깊이 새겼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를 다스리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46쪽에서-
뜻밖에 찾아온 절망은 새로운 용기와 소망을 품게 하고 고통은 행복한 날을 꿈꾸게 하고 상처는 평안을 꿈꾸게 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나무가 되기를 소망하고 높은 하늘을 동경했다.
그리고 오랫동안의 여행 끝에 키 작은 나무를 만나 운명같은 끌림을 느끼며 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에도 햇볕 쨍쨍한 날에도 서로를 향해 뻗어갔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휘감고 같은 마음으로 오랫동안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늘을 향해 올라 둘이 하나가 되어 무성한 나무가 되어 꽃을 피워내었다.
오랫동안 시간이 흐른 후 처음 품었던 빛깔은 옅어지고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이 뿌리내리며 세월이 더 흐른 후 그들은 서로 죽도록 미워하게 되었다.
꽃들이 죽어버렸고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 찾아와 헤어지기로 하고 각자의 몸을 내려다보는데......
마치 우리네 인생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인생의 너울대는 파도를 타고 절망과 용기와 다시 희망과 기쁨을 누리며 세월의 강을 따라 늙어가는 모습이.
사랑의 마음으로 만났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빛깔이 옅어져 퇴색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책에서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희망을 노래하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