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 우리문학 책시루 41
채만식 지음, 황은미 그림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한 편을 그림책으로 엮은 줄 알았는데 작가가 주로 풍자한 시대의 특징과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 있는 [이상한 선생님]과 [쥐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러 나섰다] 두 편이 더 들어 있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해서 아이에게 읽히려고 했는데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나도 이 책을 초등학교(우리 때는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시절에 처음 접했던 것 같다.

그때는 뭐를 의미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모르면서 글투가 재미있고 줄거리가 재미있어 읽었었고, 중고등학교에 가서는 시험에 나온다, 필독서다 해서 조금 더 무거운 마음을 얹어 채만식님의 글들을 읽곤 했었다.

당시에도 이분의 글은 중요시 되었었는데 이제 시험을 치는 당사자의 입장과는 거리가 먼 자리에서 편안히 들여다보니 더 재미있고 풍자의 기능을 잘 알겠다.

빈둥빈둥 뻔뻔스런 왕치를 골려주려고 하루씩 돌아가며 잔치를 벌이자는 제안을 낸 소새는 개미와 소새의 잔치를 이틀 연달아 맛있게 먹고 자신의 차례가 되어 돌아오지 않는 왕치를 기다리며 후회를 한다.

송아지 이마빡에 앉아 터럭을 물고 잔칫상 요리로 만들려는 왕치의 발상에 크게 웃고, 엿목판도 기웃거려보고 잉어 콧등에 앉아 궁리를 하다가 오히려 참변을 당하고 만 왕치가 소새가 잡은 잉어 뱃속에서 튀어나오며 하는 말이 정말 가관이었다.

거기다 왕치가 대머리가 되고, 개미 허리가 잘록해지고, 소새 주둥이가 튀어나온 유래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일제 시대와 해방 후 친일, 친미, 권력에 따라 줄서기를 재빠르게 하는 뼘박 선생님의 이상한 행동과 그와 대조적인 강선생님의 행동과 퇴출이 주제를 더 돋보이게 하는 이상한 선생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아들 셋을 고양이에게 잡아먹히자 동네 쥐서방들을 모아 고양이 목에 방울 달러 간다는 이야기 모두 당시 암울했던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역력히 보여주며 어눌한 듯한,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말투로 서술하면서도 시원스레 비꼬는 풍자의 매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멋진 작품들이었다.

원문 그대로 싣되 초등 아이들이 읽기에 어려운 단어들은 일일이 뜻풀이를 양 가장자리에 해 두었다.

만화로 읽기 전에 흥미유발, 주제를 살짝 보여주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가끔 맹순이네 선생님이 나와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들과 해설을 해주어 또 좋았다.

왕치와 소새의 실물을 볼 수 있어 더 좋았고, 작가 소개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어 더 좋았다.

불란서 백작 채만식님의 대표 단편들을 이리 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우리 아이를 위한 문학 필독서로 우리 문학 책시루를 적어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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