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점선뎐

 

예술가들은 남다르다.

비예술가의 눈으로 보면 예술가들은 독특한 면이 있고 개성이 강하다.

어린 시절 마당에 채송화를 심는데 언니는 햇볕 찬란한 뜰에 심어 많은 꽃을 피우는데 일부러 그늘 짙은 곳에 심어 언니의 채송화 꽃밭에 비해 한산한 자신의 꽃밭에서 핀 꽃을 보며 승리감을 느끼는 일화를 보아도 그러하다.

보통 이들 같으면 햇빛 잘 드는 곳에 심고 많은 꽃을 피우는 걸 보는 걸 좋아할텐데

이분은 그늘진 곳에서 자라 완벽한 채도의 색상을 지닌 꽃을 보고 기뻐했다.

어릴 때부터 색감이며 사물을 보는 눈이 남달랐나보다.

그당시의 시절 분위기에 비해 자유롭게 컸던 친정어머니의 영향일까, 예술적 기질이 있어서 그러할까 내가 본 김전선님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개성고향을 떠나 6.25 전쟁통 마산에서 피난민들의 학교를 다니다 부산으로 와 일년만에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하게 되고 해외로 나가보고싶어 대학을 다니는 등의 이야기는 그의 그림과 말풍선 달린 사진과 함께 그를 이해하는데 보탬이 되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두 과목을 수강거부했다가 제적당하고 혼자서 배우고 익힌 영어실력으로 미대사관에서 통역일을 하다 그림이 그리고싶어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그림을 배우고 그렸다.

독립하고 싶다며 처음본 남자와 하루만에 결혼하고 중성적인 외모로 고초를 겪기도 하고 오십견으로 붓을 들기 힘들자 아들에게 컴퓨터를 배워 디지털전시회를 열고, 소란피우는 동네 청년들에게 네 시간동안 교훈을 쏟아놓기도 하고, 젊은 시절에는 생계를 잇기가 어려워 산에서 풀을 뜯어 팔고, 한가지 색으로 광목에 그림을 그려 끼니를 잇기도 했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만큼이나 성격도 독특하고 색깔이 강렬한 이가 김점선이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덤선젼이라고 이름 붙인 부분도 강한 인상으로 남는데 이야기 하나 하나 보여주는 그림과 사진과 어울리면서 각기 색깔을 띠고 다가왔다.

몸 속에 암이 생긴 것을 알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체 게바라, 빈 라덴, 김삿갓, 홍경래, 임꺽정, 아르튀르 랭보, 오스카 와일드.

모두가 시대에서 유명한 반항아들이다.

기존의 것들에 대한 저항, 기존의 사고체계에 대한 반항.

일상 속에 기운 없이 늘어져 있다가도 반항하자 생각하면 미친듯이 힘이 난단다.

기존의 예술을 완전히 긍정하면 새로운 예술이 생겨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정신세계를 존중만 한다면 새로운 창작은 생겨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반항, 저항아들이다. -225쪽-

몸 속에 암이 생겨난 것은 내 몸과 정신이 일치한다는 증표다. 이제야 속과 겉이 같은 사람이 되었다. 이런 내 몸에 경의를 표한다. -226쪽-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낼 사람같다.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꿋꿋이 버티어내며 자신의 안에 담긴 예술적 정열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이이다.

얼마전에 그분이 좋은 곳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늦게나마 이분의 그림을 책으로나마 보게 되어 기쁘다.

그림만 보고는 몰랐을 수도 있는 이분의 인생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장엄하게 죽기 위해 이런 제목의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숭고함이 느껴졌다.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라는 덤선뎐.

그렇게 한 예술인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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