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 옛길박물관이 추천하는 걷고 싶은 우리 길
김산환 글 사진 / 실천문학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걷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사실 하루 종일 높은 산을 오르내리는 것은 쉽게 마음먹기가 어렵다.

나트막한 산은 제 집 가듯 자주 갔지만 험한 산이나 이름난 산을 내발로 정상까지 올라갔다 온 적은 많이 없다.

같이 가는 이가 정다워서 좋고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가 정겨워서 좋고

길가에 핀 풀꽃이 자그마하니 예뻐서 좋고 졸졸졸 흐르는 냇물 소리가 맑아서 좋았다.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라는 제목을 보고 나는 산행 전문가의 책이어서 무조건 걸으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는 걸으면서 즐기고 쉬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무조건 앞만 보고 걸으라는 게 아니라 몸이 아닌 마음이 원할 때 쉬는 버릇을 들여 길가의 꽃 하나도 눈여겨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라고 했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를 알고는 무척 마음이 가벼워지고 즐거워졌다.

평소 내가 원하고 해왔던 산행이야기였기에.

책 속에는 내가 가 본 곳도 있고 가보아야지 했던 곳도 있었다.

사진을 보고 또 한 번 감상에 젖고 꼭 가보아야지 하고 챙겨둔 곳도 생겼다.

산행 이야기만이 아니라 초보자를 위한 지도와 코스, 가면서 들를 수 있는 맛집과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길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함께 있어 더욱 좋았다.

걷기 좋은 계절도 일러두었다. 하지만 꼭 그 계절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

준비물에 가져가야할 것도 꼼꼼하게 챙겨주며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곳도 난이도를 별의 갯수로 표시하여 도움이 되었다.

차를 가져가면 한쪽에 놓고 산을 넘어가 다시 거기까지 가서 차를 가져오기가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저자는 그 이야기를 하며 두 팀이 함께 가는 경우 서로 도착지와 출발지에 놓고 오가면 편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음에는 팀을 짜서 가야겠다.

좋은 곳은 여럿이 가면 더욱 좋으니까.

언제나 제주 제주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다음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에 가보아야겠다.

저번 갔을 때 한라산 산행을 하다 눈이 많이 내려 통제되는 바람에 돌아내려온 아쉬움이 남아있는데 다음에 가게 되면 오름과 올레도 짚어 가보아야겠다.

우리가 받은 이 행복을 모두에게 돌려줘야 한다. 나는 영국으로 돌아가 나만의 까미노(길)을 만들 테니 당신도 돌아가서 당신의 까미노를 만들라.

-69쪽에서-

이 말을 품고 돌아온 서명숙씨가 만든 제주의 올레.

그 길을 말이다.

부안 변산 내소사 직소포포에 가게 되면 천양희씨의 시를 꼭 읊어보아야겠다.

오대산 월정사 진입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사찰로 드는 길의 백미라 불리는 전나무숲길을 꼭 걸어보아야겠다.

산과 길의 이야기를 따라 매창 이계생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길이 예전에 알던 그 길과 달라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봄가을 이른 아침 물아개가 피어오르는 주산지에는 또 언제 가볼까.

책을 보고 있노라면 가고싶은 곳이 계속 생겨나 적고 또 적고 자꾸 적게 된다.

매화 중 가장 고결한 선암매가 사는 전남 순천 선암사도 가보고싶고

장터목 산장 앞 하늘 아래 첫 우체통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띄워보고싶다.

갑오 농민 전쟁과 진흥왕의 전설, 용이 하늘로 승천하면서 뚫고 지나간 바위가 있다는 상도솔암, 동백꽃 몽우리째 떨어지는 선운산도 가보고싶다.

산이 주는 풍경에 감탄하고 즐거워했었는데 길도 역사와 인생과 이야기가 얽혀 있어 가는 길이 더욱 의미깊은 줄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나도 그 길을 걸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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