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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잘 가요, 언덕
차인표.
그가 쓴 소설이라고 해서 더 관심이 가긴 했다.
차인표 하면 소설가보다 우리나라 유명 배우, 혹은 신애라의 남편이 먼저 떠오른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품고 사랑으로 길러내며 온 세계에 더 많은 자식들을 둔 사랑의 실천가, 신애라.
그의 남편으로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박수소리도 손뼉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부창부수라고 부부가 똑 같으니 그리 행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그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구나.
새삼 놀랍고 다시 보인다.
그의 소설을 읽고나서 그와 관련된 기사나 글을 보면 더욱 유심히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가 출연한 영화들도 흥행을 고려하기 보다 작품을 먼저 생각했던 점을 볼 때 그는 의식있는 배우이다.
위안부로 끌려간 이후 반세기 넘는 세월 훈할머니의 위안부 이야기를 알게 된 그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온 잘 가요, 언덕.
1930년대 백두산 자락의 호랑이 마을. 엄마를 해친 호랑이를 잡아 복수하기 위해 호랑이 마을을 찾아온 소년포수 용이, 촌장 댁 손녀딸 순이, 그리고 일본군 장교 가즈오가 주인공이다.
굴곡진 민족사의 흐름과 한 여인의 한 맺힌 사연을 그려내지만 절대악은 없다. 오히려 부드럽게 감싸안고 연민의 마음으로 웃음과 울음을 새겨놓았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 대한 연민으로 손을 내민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사죄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는 이 소설은 우리 민족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슬퍼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 슬픔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화해의 길을 열게 한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말린 개인들의 운명이 처절한 슬픔으로 끝맺지 않아 좋다.
바스락거리는 치마저고리 자락이 땅에 질질 끄이지 않고 슬픔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우리 민족들의 삶의 모습에 가슴이 저려왔다.
마지막 장면, 잘가요 언덕 위에 서있는 쑤니 할머니의 주름진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비치는 듯하다.
인상깊은 구절
"모르겠어. 용서를....어떻게 하라는 건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잠잠히 순이의 말을 듣고 있는 용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밤하늘의 별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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