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 - 진동선의 포토에세이
진동선 지음 / 비온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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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
 

진동선의 포토에세이이다.

색깔이 있는 책이다.

이 여행기에는 단지 낯선 곳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 있지 않다.

그의 생각, 그의 가족, 사진 이야기,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가 푸른 빛깔을 만들고 있다. 

다른 여행서보다 서정적이고 그윽하다.

그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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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다워 서러운 곳. 쿠바.

그의 쿠바 이야기는 푸른 울음으로 시작한다.

푸른 새벽녘 공중전화를 붙들고 우는 여인의 모습에서.

 

푸르름은 울음을 새게 하고 야속한 빛은 비밀을 흘린다.

-11쪽에서-

그 짧은 한 문장에서도 그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강한 느낌을 준다.

비가 비이기를 거부한 독한 비를 시엔푸에고스에서 맞으며 체 게바라를 떠올리고 체 게바라의 미망인과 피델을 만났다.

센트로 아바나의 어둠의 거리를 결코 잊을 수 없을거라고 말하고 헤밍웨이의 발자국을 좇고 또 체 게바라를 떠올렸다.

불가능한 꿈과 현실 공간이 왜 이곳 쿠바여야 했으며, 또 체 게바라는 왜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했는지, 그렇게 끝없이 계속된 이 언덕, 이 길 끝에서 만날 헤밍웨이의 발자국에서 보려고 한다.

-47쪽에서-

길을 따라 방향을 선택하는데 차가 헤밍웨이가 모히토를 즐겨 마신 카페 플로리디타를 스치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 길을 따라 가면 그 곳이 나오지만 방향을 틀면 다른 곳이다. 어느 길이나 어느 정도 가면 언제나 한번쯤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인생에서 쓴 맛과 단 맛을 보게 하는 삶의 이정표다.

인생은 놀랍게도 방향과 코스 선택이다. 그 순간 현실과 꿈이 결정된다.

-73쪽에서-

콤빠이 세군도의 '찬찬'만큼은 꼭 듣고 사랑해보라고 한다.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을 보고 꼼빠이 세군도의 '찬찬'을 사랑하면 반드시, 틀림없이 쿠바행이 성사된다고 한다.

그럼 나도 꼭 쿠바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도 보았고 찬찬도 사랑하니까.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는 곳이라면 쿠바일 것이다.

어둠이 깊어 헤아릴 수 없는 곳이라면 쿠바일 것이다.

-110쪽에서-

그가 보여주는 쿠바에 가보고싶다.

태양과 바람과 우애는 사랑이다.

바람없는 태양은 죽음일 것이고 태양없는 바람은 절망일 것이다

이 낡은 거리에 낮게 부는 바람은 태양 때문에 시간 속을 걸어가고 태양은 바람 때문에 시간 속을 걷는다.

-111쪽에서-

크으! 구절 구절 어찌도 이리 마음을 흔드는지.

사진과 눈은 마음의 언어다.

말해질 수 없는 소리이며 말을 넘어선 무언의 상징이다.

사진에 글을 붙인 다는 것은 언어의 영역, 문학의 영역이다.

그때 사진은 '그 사진의 뜻'을 넘어 그 존재의 삶'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122쪽에서-

나는 사진에 대해 잘 모른다. 가지고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그냥 찍고싶은 것을 보여줄 뿐이다.

어떻게 찍어야 잘 찍는지 마음을 담아내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의 글과 사진은 내 마음을 흔든다.

전에 읽은 책에서 사진은 찍는 이의 마음을 담는다고 했었다.

같은 장면을 찍어도 우울한 이의 사진은 그림자가 지고, 밝은 마음을 가진 사진에서는 행복이 보인다.

나도 사진을 배우고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의 사진과 글은 쿠바로 가고싶다는 열망을 품게 한다. 나를 계속 달뜨게 한다.

그의 글 속으로 풍경 속으로 끌어당긴다.

세상에서 밤과 낮의 경계가 없는 곳이 쿠바가 아닐까.

색을 뺀다면 삶의 모습 그대로인 곳이 쿠바가 아닐까.

시간의 색, 바람의 색이 낮이나 밤이나 그대로인 곳.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진한 삶의 냄새를 풍기는 곳.

깊은 어둠의 아바나 밤길을 걷는다.

애수의 길을 걷는다.

-129쪽에서-

그를 따라 쿠바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쿠바의 색에 물들어간다.

그렇게 쿠바가 내게로 다가왔다.

나중에 쿠바에 가면 이 책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유명한 관광지를 따라 가는 것도 좋지만 쿠바 일상의 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나서 더 좋았다.

그리고 저자의 서정적인 글도 마음을 타고 흘러 좋았고, 구석구석 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좋았다.

 

낡은 시간 속에 사는 쿠바는 빛과 바램과 색과 영혼의 땅이다.

정열은 보너스다.

더 늦기 전에, 더 잃어버리기 전에 그곳에 갈 수 있다면 행운이고 축복이다.

-6쪽에서-

그가 보았기에 그가 담았기에 그런 모습의 쿠바를 볼 수 있지 않았나한다.

더 늦기 전에, 더 잃어버리기 전에 나도 그곳에 가보고싶다.

 

진.동.선 그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싶어졌다. 이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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