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최초의 한글 소설 허균의 홍길동전 최초의 한문 소설 김시습의 금오신화 학창시절 그렇게 하얀 연습장을 새카맣게 메꾸며 외웠었던 기억이 난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다섯 편의 제목과 내용을 읽었지만 마음에 팍 와닿거나 감동이 샘솟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다만 공맹을 읊던 옛 선비가 그런 황당무계한 일을 소설로 꾸며 적은 것이 신기했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살펴보면 작가 김시습의 생애와 소설 속 애정 이야기 속에 담긴 우리 나라 역사적인 배경과 그 주제의식을 관련지어 이해한다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알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이해하기 이전에 한문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해 놓았을 때 얼마만큼 읽는 이의 흥미를 끌고 알고싶고 궁금해하게 하는지가 문제이다. 한문으로 된 원글을 그 의미를 잘 살리고 풍기는 향을 제대로 살려야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한다. 부처님과 내기 한 선비에서는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두 편을 실어놓고 있는데 한문투가 느껴지지 않도록 우리말을 잘 살려 풀어내었다. 많지는 않지만 같이 보는 그림은 글 속의 분위기를 살려 한층 의미를 덧보태고 있었다. 옛글이므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쓴 한시들이 자주 나오는데 특히 그 한시를 풀어놓은 것을 보고 다듬어 쓴 이의 솜씨가 좋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글자도 아닌 한자로 짧은 시 속에 담긴 그 의미를 찾아 제대로 꿰어 맞추고 우리말로 곱게 고쳐서 풀어쓴 한시는 한시 그대로의 향기를 지니면서도 우리 시와 흡사하여 은은하면서도 주인공들의 애절한 마음을 잘 담아내어 읽는데 마음이 찌잉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이야기의 주인공과 배경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하고 울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다 읽고 나서 본 해설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고려 말 홍건적의 난을 배경으로 한 이생과 최씨 낭자와의 슬픈 사연과 부처님과 내기하여 이겨 한 처녀와 인연을 맺게 된 양선비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이용해 현실 속에 자신의 사상을 풀어내고자 했던 김시습의 의지를 담은 소설이었다. 고리타분한 고전으로 남을 수 있는 소설을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와 닿는 작품으로 만들어준 이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