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똥깅이의 어린시절은 아련한 옛 추억으로 피어오르는 유년 시절과 함께 얽히면서 그땐 그렇게 온 동네 먼지 묻히며 뛰어다녔었는데 하며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이런 비슷한 추억조차 가지지 못하는구나 하는 아쉬움도 피어났다. 누렁코를 훌쩍 들이마시던 동네 친구의 희미한 기억도 나고, 우물가 커다란 나무를 타던 생각, 개울가에서 놀던 기억, 책 속 풍경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이미 읽었던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비교해보면 훨씬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이 드는 성장소설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묵직한 무게와 슬픈 역사가 가슴을 내리누르는 느낌이었다. 청소년을 위한 버전으로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똥깅이. 똥깅이와 개구쟁이 사춘기 소년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4.3 사건, 6.25 전쟁-를 타고 흘러내림 시대의 아픔과 어우려져 역사가 되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작가의 글솜씨와 박재동님의 익살스런 그림이 똥깅이에 대한 이야기를 가슴으로 타고 흐르도록 만들어 다 읽은 뒤 책을 덮고나서도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인분으로 키워 더 쫄깃한 맛이 난다는 제주 흑돼지. 제주에 갔을 때 흑돼지를 키우는 뒷간을 본 적 있다. 파란 하늘과 주위를 둘러볼 수 있도록 낮은 담장 아래 간단히 설치된 뒷간, 그 안에 똥돼지가 살았다고. 똥고망을 하늘로 쳐들지 말고, 얌전히 내려! 두 발을 얌전히 포개고 그 위로 엉뎅이를 살짝 놓아라. 그렇지. 설 전에 보고 갔더라면 나도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을텐데. 바닷가에서 노는데 파도가 쓸어가버린 옷가지를 통해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고 그 다음해 친구 장수를 데려가버린 바다 이야기며, 서울 여자애 송이가 던진 하얀 조개껍데기를 자맥질해 건져 오는 이야기며, 산과 바다와 내와 어울린 어린 시절 깅이들의 이야기가 성적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에게도 향수를 느끼며 읽는 어른들에게도 오랫동안 파도내음처럼 마음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