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여쁜 여우 누이 ㅣ 바우솔 작은 어린이 10
강숙인 지음, 소연정 그림 / 바우솔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난 오직 내 누이를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죽을 결심을 했어.
그런데 이제는 천년 여우 널 위해서도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네가 날 죽여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풀린다면, 네 원한이 조금이라도 사그라들 수만 있다면, 난 널 위해서도 기꺼이 죽을 수가 있어.
.
.
.
오빠는 죽어서도 너랑 천년 여우를 지켜줄거야.
네 몸 속에 있으나까 천년 여우도 이젠 내 누이야.
어여쁜 여우누이야.
어여쁜 여우누이야......
솔메의 그 말이 메아리처럼 귓가에 울려온다.
눈가가 시큰해지며 싸한 느낌이 콧등으로 내려온다.
전래동화를 보드랍게 보듬어 안아 천년 여우와 솔메의 이야기로 엮어 감동을 끌어내는 솜씨에 푹 빠져들었다.
번개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솔메의 발 앞에 땅거미가 살풋 내려앉고 있었다.
-121쪽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솔메, 나리-부터 우리 이름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데 한 줄 한 줄의 문장 속에서 그 묘사가 고와 읽고 마음에 두고픈 부분도 많았다.
마을 뒤 편 여우산의 전설을 믿지 않는 솔메의 아버지는 자신의 말을 입증해 보이려 여우를 사냥해온다.
입가에 피를 묻히고 죽은 여우의 모습을 본 솔메는 불길한 예감을 직감하고,
악몽을 꾼 아버지는 말없이 죽은 여우의 가죽을 벗겨 만든 목도리를 장농 깊은 곳에 넣어둔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막내 여동생은 예쁘게 자라 부모님과 오빠들의 사랑을 한껏 받는데
어느날 여동생은 앓아누웠다가 일어나는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시작된 여우 누이의 전설은 가슴 조마조마하게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있어 앉아 읽어주는 자리에서 마지막 장을 넘기고 말게 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주는데 같이 보며 듣는 아이들 눈망울이 곱다.
숨 죽이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아, 슬퍼.
여우 누이도 안됐고, 솔메네 가족도 안됐고.
다 잘됐음 좋겠는데 한다.
사람의 목숨도 중요하지만 동물들에게도 생명은 소중한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솔메에게 깨우침을 준 스님이 돌부처를 닮은 것에 놀라면서 아이들은 여우누이가 죽어서 그 다음 어떻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했다.
사람을 헤쳐서 나쁜 짓을 했지만 뉘우치고 사람의 마음을 지녔으니 다음엔 꼭 아름다운 여자아이로 태어날거라고 했더니 태어나면 자기들도 잘 해주겠단다.
솔메의 진심어린 마음이 핏빛 한 맺힌 여우 누이의 마음도 어루만져주고,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곱게 물들여주었다.
읽고 또 읽어주고픈 예쁜 동화, 어여쁜 여우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