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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여왕 -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
최일옥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결혼하고 나만의 부엌, 나의 살림살이가 생긴다는 것이 기뻤지만
한 번도 내가 부엌의 여왕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준비하는 데 오래 걸리고, 간 맞추는 데도 한참 걸리고, 만들 줄 아는 것도 적은 서투른 솜씨이지만 그래도 엄마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 치켜 들어주기에 더 열심히 만들고 해보려고 한다.
비록 몇 일이 못가 다시 복잡해지고 얼룩이 묻더라도 빡빡 닦아내어 반짝반짝해지면 그 순간은 행복하다.
이 정도면 그래도 부엌의 여왕이 될 자질은 갖춘 셈이 아닐까?
웰빙 웰빙~
웰빙 바람이 불면서 잘 먹어야 잘 살지 하는 생각에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 좋은 식자재를 산다고 초록**이니 하는 유기농 재료 파는 곳을 찾은 적이 있었다.
싱싱하고 무농약이라고는 하지만 장바구니에 담는 무게만큼이나 무거워지는 가격에 띄엄띄엄 찾다가 요즘은 발걸음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들내외와 맛있는 식사를 한다고 줄을 길게 서서 오모리가 뭐냐고 묻는 할머니,
겨우 김치찌개 먹으려고 이렇게나 줄을 섰단 말이냐는 할아버지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웃기지만 웃지 못할 이야기가 아닌가 했다.
시골에 가면 늘 밥상에서 보는 푸성귀, 겨울 밭에서 캐 온 시금치, 집 옆 텃밭에서 캐 온 감자, 고구마, 필요할 때 바로 따 온 풋고추, 된장, 시래기, 삼 년이든 일 년이든 집에서 직접 담근 김치.
이런 게 바로 웰빙인데 도시 생활에서는 이런 웰빙이 참 귀하다.
일옥가든이 옆에 있어 이웃이 되어 한 번 초대받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지 않는 바비큐 냄새를 금방 맡은 듯 입안에 군침을 모으며 읽으면서
소개하는 요리법들을 따라 만들어보고싶어진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 겸손함으로 들린다.
읽는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정성을 다해 사랑을 담아 만들어보자.
요리에는 정답이 없으니 즐기면 그뿐.
켜켜 접어두었던 앞치마를 꺼내 두르고싶어진다.
조리 용어 하나하나까지 맛나게도 썼다.
조리도구 보관법이나 요리법 등도 좋았지만 부엌일은 여자만의 것이 아니라 부엌일은 마음과 힘을 모아 지켜야 하는 가족 모두의 공간이며 행복의 샘이라는 말, 무엇보다 사랑의 마음을 솟게 하고 서투른 주부이지만 자신감을 갖게하는 점이 무척 좋았다.
초보 주부만 아니라 오래된 주부도 뭔가 새롭게 하고싶도록 만드는 책이다.
내가 만족하고 즐겁고 행복하다면 가족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앞치마부터 슬며시 꺼내 두르고 나도 부엌의 여왕이 되고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