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째비 주례 좀 서 줘 내친구 작은거인 21
김하늬 글, 이광익 그림 / 국민서관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토째비 주례 좀 서 줘
 

토째비가 도깨비를 뜻한다는 것은 알았는데 제목을 잘못 해석했었다.
토째비 옆에 없는 쉼표를 혼자 만들어 붙이고 토깨비에게 주례를 부탁하다니. 풋! 하고 웃음이 나왔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거꾸로 해석을 한 거다.
도깨비가 주례를 서 달라고 부탁을 하는 이야기였다.


옛부터 우리 이야기에 도깨비가 많이 등장했다.
사람이 죽으면 나오는 인이 깊은 밤 산에 파란 불로 둥둥 떠 다니는 걸 도깨비불이라고 했다.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어리석으며 때로는 은혜롭기까지 하는 다양한 모습의 도깨비는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의 삶과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일란성 쌍둥이이면서, 단지 5분 먼저 태어나 형이 되고 동생이 되었지만
건이 곤이는 참 다르다.
형인 곤이는 의젓하고 생각이 깊다.
건이는 천방지축 까불이에 다소 자기중심적이다.
하지만 둘은 영락없는 좋은 형제이고 친구였다.

건이는 모르지만 곤이는 알았다.
왜 여름 방학 내내 시골 할머니네 가 있어야 하는지.
학원비를 대어줄만큼의 형편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건이 곤이네는.
처음 시골 할머니네 내려올 때에는 할머니의 시골 반찬이 싫다던 건이 곤이는
이제 할머니 음식이 좋고 늘 먹어야 하는 생선 반찬의 집 음식이 싫단다.

 

오래전에 봤던 집으로 영화가 잠시 스쳐지나갔다.
참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던 영화.
이 책도 영화로 만들면 무척 감동적일 것이다.
재미도 있으면서.

방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 밤.
낮에 잡아놓은 다슬기를 대야 안으로 잡아넣는데 알 수 없는 힘에 밀려 깊은 산 부엉이골로 가게 된다.
무시무시한 대장 도깨비 돗가비와 삼백년하고도 훨씬 넘은 나이를 가졌는데도 아직 시집 못 간 돗가비 대장의 딸 토째비와
토째비와 결혼하려고 섬에서 건너온 도채비를 만나 주례를 서 달라는 강압적인 부탁을 듣게 된다.
아직 어려 주례를 서는 법을 모른다고 거절하고 빠져나갈 꾀를 궁리해내지만 통하지 않고 오히려 일주일 뒤
주례를 세우러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듣는다.


보통 사람 같으면 도깨비를 만나 기절을 하든지 할텐데 그 무서운 와중에도 꾀를 내는 걸 보니
곤이는 나중에 큰 인물이 되겠다. 배포와 용기가 두둑하니.

도깨비에게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곤이는 답답하다.
집으로 돌아와 아빠에게 옛날 할머니가 도깨비에게 홀렸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곤이는 주례 서는 배우러 예식장을 기웃거린다.
날마다 팔다 남은 생선을 먹어 생선이 지겨운 건이 곤이 이야기와
외할머니의 냉랭한 태도의 이유,
아빠 엄마의 결혼식 사진이 없는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짠했다.
곤이가 외할머니의 마음을 풀어드리기 위해 아빠의 거칠고 투박한 손을 그리고 아빠의 손 부지런한 손이라고
편지를 부칠 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깨비의 주례를 서긴 서는데 곤이가 아니다.
주례를 서는 댓가로 곤이가 소원한 것은 바로!
돌아오는 길에 티격태격 다투며 이야기하는 건이 곤이.
일란성 쌍둥이라도 각기 서로 불만이 있었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형제는 형제.
곧 둘도 없는 다정한 형제요 친구요 인생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곤이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는데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의 결혼식 사진 속 도깨비 가족들.
더이상 도깨비가 무섭지 않고 웃겼다. 그리고 친근했다. 한 가족처럼.
이 책 영화로 만들어도 대박날 것 같다.
집으로와 같은 명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집으로와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는 멋진 영화.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그 재미와 감동을 더해준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귀여우면서도 할머니의 입김으로 바깥을 내다보는 처연한 눈꼽째기창,
시골의 산그늘, 어둠이 내려앉는 장면들의 묘사.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강물 속에서 불을 때는 것 같다는 표현들.
읽고 나서 이야기 줄거리가 주는 감동과 함께 우리말을 잘 살려쓴 표현이 정감있어
그 느낌을 살려 읽고도 또 읽고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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