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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메릴 호
한가을 지음 / 엔블록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SF 판타지 상상의 세계로- 보물선 메릴호
다른 민족의 피를 이어받은 듯한 한 가닥으로 길게 땋아내린 숱 많은 진갈색 머리에 에메랄드 빛 눈동자. 이마에는 수십 가지 색깔 실로 꼬아 만든 띠를 두르고 서인도제도나 중남미의 어느 토착민 같은 옷을 걸친 여자아이.
심상찮은 전화가 반복해서 걸려오고 이상한 여자아이가 나타나고 아버지를 협박하는 사채업자의 요상스런 생김새와 사랑하는 이의 기억을 댓가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평범한 소설은 아니로구나 생각했다.
사라져버린 엄마가 평행우주 횡단특급을 타고 자신의 세계를 떠나는 여행길에 올랐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읽는데 횡단특급을 황당특급으로 읽었었다.
참 황당한 사건들이다.
황당함을 빼놓을 수 없는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
그게 SF 판타지 문학의 특징 아닐까.
자신의 제국을 찾아 가려는 마치를 돕다 얼떨결에 양자 웜홀에 빠져 메릴 호를 타고 여행하게 되는데......
고철, 플라스틱 같은 버려진 것들, 쓸모 없는 것들로 평가된 물건들이 다른 세계에서는 보물로 평가된다는데 상상의 세계를 넘어서 한 걸음 물러나 보면 가치는 가치를 평가하는 자들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 가치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떠난 이유가 못내 궁금했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민이나 허탈함, 쓸쓸함 등의 감정을 겪고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났나보다 하고 추측만 해보았다.
못다 그린 그림(시간이 더 필요하다라고 했는데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이 있다며 같이 현실세계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엄마의 선택과 미국의 공인회계사가 지구를 떠나 평행우주인 마치의 제국에서 사공 노릇을 하며 사는데 행복해보였다는 이야기에서 행복은 외부에서 측정하는 기준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주인공 아빠의 말처럼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을까.
경마장에서의 펼쳐진 우연의 결과가 나도 기쁘기는 하지만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간 주인공에게 걸려온 전화는 다시 이어질 상상의 세계를 꿈꾸게 한다.
-시간이 더 남아 있다 해도 달라질 건 없어. 이 공장을 비롯해 내가 쌓아 온 많은 것들을 잃게 되겠지. 하지만 모든 걸 잃는 건 아니야. 난 너희들만 있으면 돼. 희망이 부질없다 해도, 살아 있는 한 언제든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