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그동안 나는 변신을 거듭했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백양나무 곁가지였습니다.
그러다가 암소 엉덩이와 재희의 종아리를 때리는 회초리로 변신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하룻밤 사이에 똥친 막대기가 되어 측간에 갇혔습니다.
또다시 어미나무 곁이 봇도랑으로 돌아와 꽂혀 있는 막대기였다가 낚싯대가 되기도 했지요.

 

사월의 아침 햇살이 촘촘하게 내리쬐고 있습니다.
땅위에는 따뜻한 온기가 묻어나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목을 움츠리게 만들었던 새벽의 찬 기운은 옷소매 사이로 빠져나갔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산기슭으로 밀려와 머물렀던 안개는 햇살의 발길질에 놀라 산아래로 밀려나 흩어지고 있습니다.
안개가 밀려난 자리에는 이제 봄의 기운들이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겨우내 미라처럼 누워 있었던 숲은 잎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연두색으로 생기를 띱니다.
숲속에서는 새벽부터 짝짓기를 기다리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꺽꺽 숨 가쁘게 펼쳐집니다.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말글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글이었다.
백양나무 곁가지인 한 나뭇가지가 농부의 손에 의해 꺾여 여러 모습으로 굴곡진 삶을 살다가 뿌리내릴 곳을 찾아 우뚝 선다는 이야기이다.
글이 참 곱고 은은하다.
소재이자 주인공인 촉촉히 물오른 봄 나뭇가지와도 같은 글이었다.
단발머리 맑은 눈망울의 소녀가 떠오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이에도.
기대처럼 나뭇가지의 이야기를 듣거나 마음이 통하지도 않았지만
소녀가 무럭무럭 자라고 동네의 장난꾸러기 아이들도 쑥쑥 커갈 때
함께 자라 세월이 흐른 나중엔 큰 거목이 되어 만나리라 생각한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조그만한 어린 나뭇가지.
그 안에도 생명이 있고 마음이 있고 세상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시련을 겪고 고난을 겪을 때에도 한 그루 나무가 되리라는 꿈을 접지 않고
꿋꿋이 버티어낸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어미나무가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몰아치는 여름의 비바람과 천둥 번개,
그리고 외로움을 이겨내고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우리네들도 긴 인생의 강을 건널 때 흔들리고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희망을 끈을 놓아선 안될 것이다.

 

자그마한 막대기가 들려주는 소중한 교훈이 가슴 촉촉히 적시며 파고드는 깊은 밤에 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