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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온 전화 ㅣ 바우솔 작은 어린이 9
홍종의 지음, 심상정 그림 / 바우솔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아이가 평소 잘 쓰는 말이 '신난다'이다.
난다 난다 신난다.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 바로 '신난다'이다.
이름도 어쩜 그리 멋지게 잘 지었는지.
난다의 엄마 아빠는 이혼을 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 다투는 것만 봐도 크게 상처를 받는다는데.
엄마 아빠의 큰 목소리가 오고가고 감정이 격해지면 그 장면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 있다.
그래서 되도록 아이들 앞에서는 그런 모습 보이지 말자고 했는데 가끔 정말 별 것 아닌 일로 불같이 화를 내며 다툴 적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난다의 그렁그렁하게 눈물 맺힌 얼굴이 상상이 되며 무척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급한 성격을 누그러뜨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생채기 내지 않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어서 헤어졌지만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는 없는 것 같다.
정말 그 결과도 어쩔 수 없으니까 체념하는 것일 뿐.
난다의 엄마는 난다와 같이 살지 않지만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난다가 학원가는 시간, 돌아오는 시간 등을 일일이 체크한다.
그날도 엄마는 어김없이 난다의 바이올린 학원 들고 나는 시간을 체크하는데 번호가 이상하다.
등산하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 잃어버린 휴대폰은 어떻게 되었을까?
예쁜 꽃목걸이 초록의 반짝이는 비늘.
귀여운 아기 꽃뱀 꽃분이가 그걸 발견한 것이다.
아기뱀과 청설모가 아무렇게나 누른 전화가 난다에게 걸려진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지만 우리 아이들 세상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꽃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난다는 숲 속의 아침 소리와 허둥거리는 아빠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자신의 아침소리를 생각하고 서글퍼한다.
이 부분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내가 숲속의 아침소리를 더 듣고싶어졌기 때문이다.
우리집 아침소리는 엄마의 다그치는 소리로 시작한다.
아! 바꿔야겠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
꾀꼬리 목소리로 노래를 하며 깨우고 부드으러운 음성으로 자~ 밥 먹자아~라고 해 볼까?
그럼 아마 아픈 사람 취급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몇일이나 갈까?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간다.
그래도 조금씩 노력하면 혼자서가 아니라 모두가 바뀌지 않을까. 조금씩...
꽃분이와의 대화는 우리 아이에게도 뭔가 느끼게 했으리라 생각한다.
충분히 혼자 자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겠다라고 느꼈을 것 같다.
물어보니 대답을 안 하기에 혼자 추측해본 것이지만.
아이만 느낀 건 아니다.
엄마인 나도.
잔소리를 줄이고 아이를 믿어주어야겠다.
사랑으로 옭아맨 동앗줄을 엮지 말아야지.
얼마남지 않은 밧데리, 휴대폰은 곧 잠들 것이고, 꽃분이와의 대화도 끊어질 것이다.
뽀빠이의 시금치 같은 아빠의 고로쇠나무의 물을 떠올린 난다는 꽃분이에게 고로쇠나무를 찾아 휴대폰에 물을 먹여보라고 한다.
아주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인데 이 장면에서 웃음이 풉 하고 나왔다.
과연 아기뱀 꽃분이는 고로쇠물을 가져와 휴대폰에 다시 먹였을까?
꽃분이의 마지막 말이 난다의 귓가에 쟁쟁하게 남았다.
"밤이라 찾기가 어려울 거야. 그래도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찾아......"
볼게였을 것이다.
"난 혼자서도 잘해. 나무와 풀, 하늘과 바람, 그리고 별과 달이 내 엄마야."
꽃분이의 그 말은 난다를 변화시켰다.
신난다 신난다 신난다.
난 혼자서도 잘해!
편협한 세상 속 어른의 눈으로 고로쇠 물을 먹인 휴대폰을 떠올려 풉 하고 웃었지만
난다와 우리 아이는 다시 힘을 얻은 휴대폰으로 꽃분이와의 통화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