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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 오백년사 - 왕비를 알면 조선의 역사가 보인다
윤정란 지음 / 이가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만약 고려가 멸망하지 않고 그대로 고려의 전통과 역사가 유지되어 현재로 이어졌다면?
나는 가끔 상상해본다.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세워 뒤바꾸고싶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만약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모습의 현재를 맞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토면에서도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들의 입지와 활동 면에서도.
고려시대는 성에 관해서도 굉장히 개방적이었다고 읽었다.
여성들이 재혼을 하는 것도 흔했고 남녀간의 연애도 자유로웠다 한다.
그만큼 여성들의 지위와 활동도 많았었다고.
조선 초까지만 해도 고려의 영향이 남아 있어 비교적 그런 분위기였었는데
성리학과 유교, 문치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남녀칠세부동석, 남녀차별이 사회적인 인습으로 굳어져갔다.
사대부의 여인들은 연날리기조차 담장 안에서 허용되었을 뿐 그나마 넘어다보기 위해 널뛰기의 풍습을 이용했었다.
권지예님의 붉은비단보를 읽어보면 비록 픽션이지만 당대 잘난 여인들의 삶이 어떠했으리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퍼스트레이디.
한 나라의 국모.
수많은 왕을 생산하고 길러내고 때론 좌지우지하고, 때론 그늘 밑에서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며 자신의 감정은 아무도 모르게 가슴속에 묻어 저승길까지 품고 가야 했던 이들.
태정태세문단세...
조선의 왕의 치세가 역사의 흐름이라면 그 물결에는 조선의 왕비 오백년 역사가 함께 흐르고 있다.
나라를 세우고 키우고 위기에서 결정적인 판단과 민첩한 행동, 현명한 지혜로 왕의 자리에 세우고 국정을 논하고 했었지만 권력의 뒷편에서 그늘이 되어야 했던 왕비들.
만인이 우러러보는 국모의 자리였으나 정작 자신은 눈물로 회한과 비통함을 감추어야 했던 비가 있었다.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되어 피를 쏟고 죽어야만 했던 왕비,
당차게 세상을 휘어잡아 수렴청정했던 대비들,
뮤지컬로 연극으로 세계에 알려지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눈물을 선사했던 왕후.
이들을 배제하고는 조선의 역사를 논하지 못하리라.
여자이기에 흘려야 했던 눈물, 왕의 아내이기에 어머니, 며느리이기에 인내해야 했던 역사.
그 역사가 이 책 한 권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깊은 밤을 지새우며 끝내 마지막 장까지 읽어버리게 했던 이 책.
다시 읽는 조선 오백년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