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남편이 먼저 읽었다.

얼른 건네주면 좋으련만 남편도 책을 한 번 붙잡으면 끝까지 다 읽는 성격이어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내 차례로 돌아오지 않았다.

직장 일로 바쁠텐데 중간에 잠시 넘겨주어도 좋으련만 끝내 책장을 덮고 나중에 내게 가져다 주었다.

소문이 자자했던 붉은 비단보.

추천인들의 멋진 소개에 눈길이 가고 호기심 반 설레임 반으로 내내 기다렸던 책이다.

아, 무어라 말해야 좋을까.

너무나도 유명한 그이의 숨겨진 속살을 훔쳐 본 느낌이다.

현모양처로 이름난 그 아름다운 이름, 나도 본받고 싶은 그이의 모습 내면 속에 숨겨진 붉은 비단보.

물론 이 이야기는 허구이다.

그러나 허구치고는 너무나 생생하고 잘 짜여져 소설이다라고 정신차리고 읽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현실과 이야기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빠져들게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 보여지는 남겨진 이야기 외에 정말 묻혀진 이야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이도 인간이었기에.

연 날리는 것 하나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 담장 안에서만 숨쉬고 지내야 했던 여인들.

뛰어난 재주와 재능은 사내로 태어났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한탄으로 얼룩져 한평생 숨죽이고 살아야 했던 안타까운 여인들.

남자 형제보다 남편보다 뛰어남을 부끄러움으로 여기고 자신을 죽이고 마음의 소리를 죽여야 했던 이들.

이들에게 주어진 그런 삶은 가정 형편이 넉넉하다 해도 마냥 행복하기만한 삶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항아.

항시 나이고 싶은 자아의 소리를 이름으로 담아 스스로를 지키고자 했던 소녀.

열여섯 이팔청춘의 끓는 피가 그에게도 흐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가 아니었을런지.

반상의 구별도 가문의 높고 낮음도 뜨거운 청춘들의 마음이 만나는 것은 막지 못했다.

항아, 가연, 초롱 세 여인의 운명이 슬프고 슬펐다.

어디에서 본 듯한 이들.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책 뒷면을 보고서야 아, 그래 그들이었구나!

읽었었는데도 책에 빠져 잊어버렸던 것이다.

가연의 모습에선 허난설헌이 초롱의 모습에선 황진이가.

이름 밝혀지지 않고 스러져간 우리의 항아, 가연, 초롱.

재능과 능력, 온전한 자신의 마음을 다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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